[이영의 넥스트 거버넌스] 〈13〉불평등의 역습:왜 국가 재설계인가

이영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석학교수·前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영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석학교수·前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코스피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자본시장은 축제의 불꽃놀이로 가득하다. 그러나 화려한 지수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 축제에 초대받지 못한 이들의 침묵이 있다. 지표가 증명하는 번영과 개인이 체감하는 빈곤 사이의 괴리, 즉 '디커플링(Decoupling)'은 이제 한국 사회의 구조적 현실이 되고 있다.

단순한 심리적 소외가 아니다. 2025년 통계청에 따르면 상위 10%와 하위 10%의 자산 격차는 15억원을 넘어섰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진단처럼 '불평등의 무게중심이 소득에서 자산으로 이동'하면서, 노동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라기보다 현상 유지의 수단에 가까워지고 있다. 국민의 81%가 양극화를 체감하는 이유는 자산의 축적 속도가 노동의 보상 속도를 압도하며 격차를 구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다섯 개의 '복합 위기(Polycrisis)' 속에 있다. 자산 격차는 상위 20%의 순자산 점유율을 46%로 끌어올리며 중산층을 약화시키고 있다. 공간 격차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 격차를 104만명으로 벌렸으며, 경기 화성시(출생아 7200명)와 경북 영양군(출생아 25명)의 대비는 국토 불균형의 실상이다. 고용 격차는 대기업·중소기업간 306만원이라는 역대 최고 임금 격차를 기록 중이며, 중소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대기업의 30.2%에 불과하다. 여기에 100만 외국인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포용 격차와, 도입 필요성(78%)에도 불구하고 실제 활용률은 대기업(48.8%)과 중소기업(28.7%) 간에 크게 벌어진 디지털·인공지능(AI) 격차가 그 뒤를 잇는다. 결국 AI는 혁신의 도구를 넘어 격차를 재증폭하고 있다.

문제는 이 격차들이 서로를 강화하며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자산이 거주지를 결정하면, 거주지는 다시 교육과 고용의 질을 규정하고, 디지털 역량은 소득 격차를 재생산한다. 단일 정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체계적 문제다.

선진국들은 격차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을 늘리기보다 정책을 설계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에스토니아는 데이터 공유 플랫폼을 통해 국민이 요청하기 전에 시스템이 먼저 위기 가구를 찾아내는 '선제적 복지'를 구현했다. 영국은 폴리시랩(Policy Lab)을 통해 법안이 사회적 형평성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시뮬레이션해 정책 실패 비용을 줄이고 있다. 일본은 '디지털 전원도시' 전략으로 지방의 의료·교육·행정을 디지털로 전환해 수도권과의 삶의 질 격차를 좁히는 데 집중한다. 공통점은 하나다. '부처 중심'에서 '문제 중심'으로의 전환이다. 반면 한국의 거버넌스는 정권마다 반복되는 위원회 신설과 칸막이 행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해법도 정책 추가가 아닌 구조의 전환으로 가야 한다. 첫째, '국가 양극화 대시보드' 구축이다. 측정되지 않는 위험은 통제 불가능하다. 파편화된 격차 통계를 실시간 통합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재설정해야 한다. 둘째, '미션 중심 거버넌스 샌드박스' 도입이다. 격차 해소를 위해 부처 소관과 예산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적 행정 체계가 필요하다. 행정은 절차가 아니라 성과로 평가돼야 한다. 셋째, '디지털 아고라(광장)'를 통한 사회적 비용의 투명한 논의다. 양극화 해소는 누군가의 양보와 비용을 수반한다. 감정적 호소가 아닌, 데이터 시뮬레이션으로 비용과 편익을 논의하는 숙의의 장이 열려야 한다.

불평등은 더 이상 분배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응집력과 성장 잠재력을 동시에 잠식하는 구조적 위험이다. 설계도를 바꾸지 않으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불평등을 관리하지 못하는 국가는 결국 성장 또한 관리하지 못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넥스트 거버넌스는 불평등의 역습을 극복할 연결 체계의 재설계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영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석학교수·前 중소벤처기업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