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사태로 중동 정세 혼란이 가중되면서 정부가 발 빠른 경제 안정화 대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고 시장안정 프로그램과 정책금융 즉시 투입 채비를 마쳤다.
3일 재정경제부는 이형일 1차관 주재로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 회의를 열고 중동 상황과 국내외 금융시장·실물경제 영향을 점검했다. 회의에는 외교부, 산업통상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국제금융센터 등이 참석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국제유가 급등, 환율·주가 변동성 확대,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 등 대외 리스크를 종합 점검하며 에너지 수급과 해상물류, 금융시장 안정 부문에 대한 실질적 대응책을 도출했다.
먼저 에너지 수급은 비축유를 활용하되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중동 외 지역에서의 원유 물량 확보를 병행 추진키로 했다.
중기부는 중동 지역 수출입 차질과 물류 지연 가능성에 대비책을 마련했다. 수출지원센터 누리집에 '중동상황 피해·애로 접수' 창구를 설치하고 지방청·유관기관·협단체와 비상 연락망을 즉시 가동한다. 현지 진출 스타트업 피해 여부도 별도로 점검한다.
물류비 상승, 계약 취소, 미수금 발생 등 피해 유형을 세분화해 맞춤형 지원 방안도 마련한다. 물류비 부담 완화, 대체 판로 연계, 정책금융 지원 등 상황별 지원 수단을 연계하고, 사태 장기화 시 추가 지원 패키지도 검토할 계획이다. 유가 급등과 해상 물류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경영애로 지원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노용석 중기부 제1차관은 “중동 지역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수출 중소기업의 경영 악화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장에 있는 수출지원센터를 중심으로 피해 기업을 신속히 파악하고 즉각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중동 수출 비중이 높거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물류 차질을 겪는 취약 기업을 대상으로 13조3000억원 규모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산업은행 8조원, 기업은행 2조3000억원, 신용보증기금 3조원 등을 통해 자금 공급과 금리 감면을 신속히 추진하고, 피해 기업 상담센터도 운영한다.
여기에 재경부 산하 기관인 수출입은행은 '위기대응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7조원을 추가 공급한다. 중소·중견기업에는 최대 2.2%포인트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이에 따라 총 20조3000억원 규모 금융지원 체계가 마련됐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회사채·기업어음(CP) 시장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을 위해 마련된 100조원 이상의 시장안정 프로그램도 즉시 활용할 계획이다. 가짜뉴스 유포와 시세조종 등 불공정 행위에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을 적용해 엄단하기로 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은 탄탄한 기초체력(펀더멘털)과 충분한 정책 대응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시장 참여자들은 과도한 불안감을 갖기보다 합리적으로 의사결정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사무처장을 반장으로 하는 '중동상황 관련 관계기관 합동 금융시장반'을 통해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지속한다. 범정부 차원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실물경제 지원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산업통상부는 석유·가스 수급 점검을 강화했고, 해양수산부는 중동 지역 우리 선박의 안전 상황을 상시 점검 중이다. 중기부는 물류비 상승, 계약 취소, 미수금 발생 등 피해 유형별 맞춤형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사태 장기화 시 추가 패키지도 검토하고 있다.
이형일 재경부 1차관은 “중동 상황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양상 변화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며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 회의를 매일 개최해 상황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란 사태는 최고지도자 사살로 인한 내부 권력 공백과 미국의 공습·보복 대치가 맞물리며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혁명수비대 지휘부 재편 과정에서의 혼선과 미군과의 직접 충돌 가능성이 변수로 부상한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 재건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군사적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