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약 13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역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모바일 메모리 공급난이 장기화되면서다. 이에 따라 가격이 비싼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성장세를 보이는 반면, 저렴한 보급형 스마트폰은 판매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3일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내년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12.4% 감소해 11억대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3년 이후 최저 수준이자 사상 최대 연간 감소폭이다.
작년 4분기까지 글로벌 출하량은 전년 대비 3.8% 증가하며 회복 흐름을 이어갔다. 하지만 올해 메모리 부족과 부품 가격 급등, 중저가 제조사(OEM)의 비용 부담이 겹치면서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모바일용 LPDDR4/5 가격은 올해 2분기까지 작년 3분기 대비 약 3배 수준으로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는 이같은 공급 불안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왕 수석 연구원은 “메모리 공급 확장이 가시화되기까지 여러 분기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면서 ”특히 LPDDR4 공급이 예상보다 빠르게 축소되면서 중저가 스마트폰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올 1월 일부 안드로이드 OEM 포트폴리오 전반에서 10~20% 가격 인상이 관측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번 출하량 하락의 배경은 제조사들의 웨이퍼 생산능력이 AI용 DRAM과 기업용 SSD NAND 등 고부가 제품군으로 이동한 점이 꼽힌다. 코로나19 이후 장기간 이어진 투자 위축도 겹치며 모바일용 LPDDR4/5는 수 분기 단위의 공급 공백이 발생한 상황이다. 카운터포인트는 이번 하락이 수요 감소가 아니라 공급난에 의해 촉발된 만큼, 시장 회복은 신규 메모리 생산능력 확보와 수율 개선 속도에 좌우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급형과 플래그십 스마트폰 간의 양극화도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프리미엄 제품군은 고소득층 수요와 이동통신사 중심의 판촉 효과로 한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200달러 미만 중저가 시장은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공급망 통합 역량과 가격 결정력, 프리미엄 중심 전략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분석된다.
신흥 시장에서는 중동·아프리카(MEA), 중남미, 아시아태평양 지역 출하량이 각각 19%, 14%, 14% 감소할 전망이다. 이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중저가 제조사는 구매력 약화, 부품 비용 상승, 가격 전가 능력 부족 등 복합적인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또 올해 300달러 미만 제품군으로의 수요 이동이 나타나면서 중고 스마트폰 시장 성장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운터포인트는 “올해 스마트폰 산업은 시장점유율 변동성이 줄어들고, 평균판매가격(ASP) 하단이 상승할 전망”이라며 “제품 포트폴리오가 축소되고, 교체 주기가 4년을 크게 넘어서는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