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사태 장기화 우려가 확산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코스피 급락으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고 코스닥 시장에서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주식·환율·가상자산 시장 전반에서 변동성이 확대됐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32.77포인트(5.96%) 내린 5251.87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전일 대비 8% 이상 급락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2.39포인트(4.54%) 하락한 1102.28에 마감했다. 장중 코스닥150 선물이 급락하면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환율 시장도 크게 요동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8.20원(0.55%) 오른 1493.20원에 마감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달러화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영향이다.
가상자산 시장 역시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장중 6만5000달러선까지 하락하는 등 큰 폭의 등락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이번 급락의 핵심 원인으로 중동 리스크에 따른 유가 폭등을 지목하고 있다. 특히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장기화 우려'가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란의 정치·종교 구조와 미국의 전략 목표 등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충돌이 끝나기 어렵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는 급등세를 이어가며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국제 유가는 최근 주간 기준 약 36% 급등하며 2000년 이후 가장 큰 상승률을 기록했고 연초 이후 상승률도 약 60%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유가가 배럴당 100~15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증권가는 현재 금융시장 변동성이 '유가 흐름'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 급락의 핵심 원인은 사실상 중동 리스크에 따른 유가 폭등”이라며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유가 상승세가 진정되면서 금융시장 패닉이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코스피가 단기간 급락하며 상당 부분 리스크를 선반영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가 단기간에 약 20% 가까이 하락했고 선행 주가수익비율(PER)도 역사적 하단 수준인 8배 안팎까지 내려왔다”며 “중동 사태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전개되지 않는다면 5000선 초반에서는 하방 지지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