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사 스테이블코인 뛰는데…한국정보통신 '오너 주머니'만 키웠다

한국정보통신 이지체크 단말기
한국정보통신 이지체크 단말기

한국정보통신(KICC)이 지배구조 논란과 기술 투자 부재로 결제 산업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결제 산업에서 핵심 화두로 떠오른 '원화 스테이블코인' 경쟁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면서 시장에서는 구조적인 경쟁력 악화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제 업계는 최근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논의를 계기로 차세대 결제 인프라 경쟁에 돌입했다. 카카오페이, 다날, 헥토파이낸셜, NHN KCP 등 주요 결제 기업들은 관련 기술 개발과 사업 전략을 공개하며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실제 이들 기업의 주가는 최근 1년 사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반면 한국정보통신은 스테이블코인 사업에서 기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주가 역시 이를 반영하듯 강세장 속에서도 1년째 큰 움직임 없이 정체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매년 3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연구개발(R&D) 투자나 신규 사업 확장보다 오너 일가 중심의 자금 집행이 이어지면서 산업 변화 대응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대주주의 지분 담보 구조다. 박헌서 회장은 보유 지분 대부분에 해당하는 약 99%를 세금 납부 등 개인적 용도의 담보로 제공한 상태다. 이 같은 구조는 대주주 사적 채무 리스크가 상장사 주가와 직접 연결되는 문제를 낳는다.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할 경우 반대매매가 발생할 수 있어 기업의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보수 체계 역시 논란이다. 박 회장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총 173억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매년 회사 전체 영업이익의 약 10% 수준이다. 특히 회사 실적 성장세가 둔화되는 시기에도 오너 보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오너 일가의 사적 투자도 거버넌스 취약성을 보여준다. 지난 2022년 박 회장의 딸이 소유한 바이오 기업 '온코시너지'에 약 13억원의 자금이 투자됐다. 온코시너지는 결제 사업과 무관한 기업이며 당시 자본잠식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투자 목적과 의사결정 적절성을 두고 의문이 제기됐다.

한 거버넌스 전문가는 “오너 일가 기업에 대한 투자 결정이 사업적 관련성이나 바이오 산업에 대한 전문적 검토 없이 '딸의 회사'라는 이유만으로 이사회에서 승인됐다면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이 성립될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지배구조 논란은 투자자들의 평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은 지난해 12월 한국정보통신 주식을 집중 매도한 이후 올해 들어서는 신규 매수가 일부 유입됐지만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기술 투자보다 오너 중심 자금 집행이 이어질 경우 산업 변화 속에서 기업 경쟁력이 점점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제 기업들이 차세대 결제 인프라에 투자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동안 한국정보통신은 지배구조 리스크가 먼저 부각되고 있다”며 “지속적인 투자 전략 없이 오너 중심 경영이 이어진다면 시장에서 기업가치 재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