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닥터나우 방지법'과 정부 신뢰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상 보유를 금지하는 '닥터나우 방지법(약사법 개정안)'을 두고 많은 이가 '타다금지법'을 언급한다. 기자는 지난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사태도 떠올렸다. 정부 기조가 한순간에 뒤바뀌며 기업 활동이 위축됐다는 점에서 말이다.

2023년 윤석열 전 대통령이 'R&D 카르텔'을 지적하자, 정부 부처가 일제히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 정부 과제에 선정된 벤처·스타트업은 멀쩡히 받아야 할 연구비를 못 받게 됐다.

“정부가 지원을 약속해 사업에 참여했는데, 갑자기 말이 바뀌면 어떻게 하나.”

기업의 물음은 정부 신뢰를 향한 질문이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해할 수 없는 말만 반복했다. 결국 사업비 감액은 관철됐다. 많은 연구자는 현장을 떠났고, 기업은 과제 수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여파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닥터나우 방지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보건복지부는 비대면진료 플랫폼에 의약품 도매상 허가를 내줬다. 지난해 1월에는 법안에 대해 “영업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정부가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보장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열 달이 지나 복지부는 돌변했다. 플랫폼 기업의 이해충돌 우려를 들며, 사전 금지 원칙의 개정안 입법을 밀어붙였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국회의원, 벤처·스타트업계가 신중한 검토를 요청했지만 복지부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제는 국회 본회의 통과가 임박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기업은 도매상 보유가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1년 전 복지부가 닥터나우 방지법에 부정적 입장을 표했을 때만 해도 상상 못 했을 일이다.


이재명 정부는 '제3의 벤처붐'을 약속했다. 정부 정책을 신뢰할 수 없는데 어느 누가 혁신을 꿈꿀 수 있을까. 벤처·스타트업 생태계의 문제로 보고, 지금이라도 전향적 접근이 필요하다.

송윤섭 기자
송윤섭 기자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