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대차 오픈소스 전환, 시사점 크다

현대자동차가 판매·생산 관련 핵심 데이터베이스(DB)를 오픈소스로 전환 중인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현대차와 같은 글로벌 제조기업이 안정적이란 이유로 특정 기업 DB솔루션에 매달려온 관행에 금이 가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뒤바뀐 흐름을 말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현대차 내부적으로 중요도가 낮은 DB부터 오픈소스를 바꾼 데 이어 이제 핵심 중 핵심인 판매·생산 DB까지 전환하는 것이다.

사실 업무 DB 오픈소스 전환은 디지털 전환(DX)를 넘어 인공지능 전환(AX)을 위한 중요한 단초라 할수 있다. DB를 클라우드 환경으로 옮겨 업무·비즈니스 유연성을 극대화하면서 보안과 향후 DB 진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환경적 토대다.

더욱이 현대차는 앞으로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로봇, 도심항공교통(UAM)과 같은 모빌리티 혁신 프로덕트를 세계 시장에 공급하는 비전을 가졌다.

지금은 업무 핵심인 판매·생산 관련 DB겠지만, 앞으로 이들 제품이 학습하고 수집하는 데이터까지 특정 DB솔루션에 가둔다면 그것은 자기 성장 비전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 데이터 종속성에 빠져 어떤 제품·비지니스 혁신도 불가능해질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오픈소스 DB를 쓰면 라이선스 비용 등 업무 개선이나 혁신에 들어가는 고정비용이 줄어든다. 하지만 현대차 같은 초대형 제조기업이 비용만을 이유로 오픈소스 DB를 선택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보다 가늠할 수 없이 큰 전환 가치가 바로 데이터 통제권이다. 혁신 비용 보다 훨씬 큰 제품 관련 정보자산은 굳건히 지키면서도 내부 업무 시스템의 유연성·확장성을 제고할 수 있다. 앞으로 AX시대 대부분 엔터프라이즈 혁신 기술이 오픈소스를 바탕으로 구현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제조업 대기업으로 핵심DB 오픈소스 전환을 완성한다는 것은 다른 제조분야로 확장될 수 있는 시발점이기도 하다. 국내외 수없이 얽혀있는 공급망·제조공정 관련 업무데이터가 순탄하게 오픈소스화된다면 다른 중견·혁신형 제조기업에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AX·데이터 가공처리 분야의 스타트업·벤처들과 협업할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이다. 그래서 양질의 AI솔루션이나 도구가 개발돼 쓰인다면 그것은 곧바로 해외시장에도 접목될 수 있다.

현대차의 핵심DB 오픈소스 채택이 우리 제조·산업 혁신의 마침표가 아니라, 진정한 출발점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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