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사라진 '러다이트 변호사'…국내에서는 리걸테크 여전히 발목

글로벌 기업 법무팀 AI 도입 87%…작년 도입 비율의 두배
국내에서는 법률특화 AI 활성화 안돼 오히려 범용 AI에 의존
업계 “리걸테크 막으면 오히려 변호사의 입지를 좁힐 것”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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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다이트 변호사'로 불리며 첨단 기술 도입을 반대했던 변호사들의 움직임이 해외에서는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국내에서는 반대로 국내에서는 리걸테크가 사실상 금지되면서 일반인이 오히려 신뢰도가 떨어지는 AI에 의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12일 글로벌 컨설팅 회사 FTI 컨설팅과 글로벌 법률 기업 렐러티비티의 '법률 고문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주요 기업 법무팀의 생성형 AI 도입 비율은 87%로, 전년도 44%의 두배 가까이 뛰었다.

이 보고서는 '러다이트 변호사'라고 지칭하면서 한동안 변호사 등 전문가들이 첨단 기술 도입을 막아섰지만, 이제는 법률에 특화된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는 국내 상황과 대비된다. 국내에서 법률전문가가 아닌 자의 법률행위를 금지하고 있어, 법률에 특화된 리걸테크를 일반 이용자가 이용할 수 없다. 업계는 이러한 규제가 이용자를 신뢰할 수 없는 AI에 의지하게 만드는 반대급부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예상되는 형량과 필요한 자료 등을 AI에게 조언받는 것이다. AI의 답변 신뢰도가 낮더라도 전문가 상담을 받는 것보다 편리하고 빠르게 답변을 받으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A씨는 “최근 챗GPT와 같은 범용적인 AI 서비스를 통해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미리 파악해오거나, 필요하지 않은 자료를 미리 준비해오는 의뢰인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법률 상담이 어려워지는 것은 1차적 문제고, 비록 일부더라도 잘못된 정보를 신뢰하는 의뢰인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점이 특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변호사 B씨는 “당장 궁금한 내용을 바로 물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AI를 통해 법률 상담을 받는 것은 이해된다”면서도 “법률에 특화된 AI 서비스를 통해 더욱 신뢰도 높은 답변을 제공 받는 게 바람직해 보이지만, 현행법상 제한된다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한변호사협회는 비(非)변호사의 법률사무 수행을 금지하고 있다. 변호사의 고유한 업무 영역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로 읽힌다.

문제는 변호사가 직접 리걸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까지 제한한다는 점이다.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칙 제5조 제2항에 따르면, 변호사 등은 소비자가 인공지능 등 프로그램을 직접 사용하게 하거나 소비자에게 인공지능 등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방식·내용의 광고를 할 수 없다.

리걸테크 업계에선 이러한 규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일반 이용자는 보호하지 못하고 글로벌 리걸테크 산업 격차는 벌어지는 문제가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리걸테크 기업 대표는 “일반 이용자는 물론 기업 법무팀 등 AI를 통해 법률상담을 받으려는 수요는 지속 높아지고 있다”면서 “일반 이용자에 리걸테크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오히려 변호사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인 기자 modernm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