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01조 압박]美 301조 칼끝, '디지털·쌀'로 향하나

쿠팡이 물류 효율성을 위해 도입한 운송장 QR코드에서 고객 주소 등 개인정보가 평문 형태로 확인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보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OO일 한 고객이 쿠팡 택배의 운송장 QR코드를 찍자 집 주소가 나타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쿠팡이 물류 효율성을 위해 도입한 운송장 QR코드에서 고객 주소 등 개인정보가 평문 형태로 확인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보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OO일 한 고객이 쿠팡 택배의 운송장 QR코드를 찍자 집 주소가 나타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11일(현지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한 무역법 301조 조사의 타깃은 제조업 부문의 '구조적 과잉생산'이다. 이번 발표에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이나 망 사용료 등 디지털 규제 이슈가 명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역법 301조 특성상 사안별로 언제든 추가 조사가 개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작년 한미 양국이 서명한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 Sheet·JFS)'가 그 근거다.

양국은 작년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을 통해 관세 협상을 최종 마무리했다. 그 핵심 결과물인 JFS에는 디지털 등 비관세 분야에서 미국 기업에 차별적이지 않은 불필요한 규제를 도입하지 않는다는 문항이 명시돼 있다. 미국은 그간 한국의 망분리 규제, 온플법, 쿠팡 조사 등을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장벽'으로 규정하고 지속적인 불만을 내비쳐왔다. 미국이 JFS를 명분 삼아 언제든지 우리 측에 통상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셈이다.

최근 쿠팡 지분을 보유한 미국 투자사들이 우리 정부의 쿠팡에 대한 차별적 조치를 조사해 달라며 USTR에 제기했던 무역법 301조 조사 청원을 철회했지만, USTR 차원의 전체적인 조사 과정에서 이 문제가 다뤄질 수 있는 만큼 비관세 분야에서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 역시 이 문제가 USTR 차원의 전체 조사 과정에서 다시 부각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주 그리어 대표와 워싱턴DC에서 만난 자리에서 쿠팡 문제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건이라고 설명하고, 301조 적용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강하게 표명했다”면서도 “301조 조사 여부를 떠나 디지털 등 비관세 분야에서 통상 마찰로 이어질 수 있는 이슈들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정책이 미국의 통상 보복 지렛대가 되지 않도록 JFS 합의 내용을 이행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정부는 통상 마찰을 우려해 지난달 19년 만에 정밀 지도 국외 반출까지 허용하며 파격적인 양보를 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계기로 쿠팡 이슈는 물론, 클라우드와 플랫폼 시장 전체를 정조준하는 모양새다. 특히 미국 빅테크들은 공공 클라우드 시장 진입 장벽인 '망분리(CSAP)' 규제 철폐와 글로벌 콘텐츠 제공 사업자(CP)에 대한 망 사용료 부과 움직임 저지를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