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1조7000억원 상당의 정부보조금을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202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연결 현금흐름 항목에 1조7223억원에 이르는 정부보조금 수취 항목이 포함됐다. 삼성전자 현금흐름표에 이같은 항목이 포함된 건 처음이다.
별도 연결흐름표에는 해당 항목이 포함되지 않은 만큼 삼성전자 본사가 아닌 해외 법인에서 발생한 정부보조금으로 추정된다.
관련 업계는 대규모 정부보조금 수령을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제2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본격적인 가동을 앞뒀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당초 계약된 마일스톤(단계별 목표·milestone)에 따라 보조금 지급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4년 12월 미국 상무부와 반도체 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른 반도체 보조금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SEA)은 보조금 계약과 동시에 계약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에는 미국 상무부에 64억3500만달러를 반환하는 내용의 지급보증 계약도 체결했다.
연방정부 차원의 보조금 이외에도 '텍사스 반도체 혁신 기금(TSIF)' 등 텍사스 주정부 보조금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해 9월 텍사스주지사는 삼성전자에 2억5000만달러 상당의 TSIF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에서는 지난해 4분기 이뤄진 대규모 정부보조금 수령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회계공시 규정 변경에 따라 없던 항목이 생겼을 수 있다고 했지만 4분기 정부보조금 관련 '회계정책과 공시의 변경'이 이뤄진 주석 사항은 찾아볼 수 없다.

업계에서는 보조금 규모에 따라 실제 투자 규모와 세부 계약 내용을 역산할 수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명확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TSMC는 삼성전자보다 1년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전 15억달러 보조금을 수령했다.
강석채 삼성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1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테일러 팹은 계획대로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며 “올해 내 적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