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마트홈 인증 '매터', 강건너 불 아니다

스마트홈 관련 글로벌 표준으로 급격히 세를 불리고 있는 '매터(Matter)' 인증에 우리 가전기업 참여가 극히 저조하다고 한다. 안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분명치 않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 가전기업들이 소외됐다는 사실이다.

본지가 매터 인증을 운영하는 CSA(Connectivity Standards Alliance)의 인증 등록 원장을 조사해봤더니 인증을 받은 한국 가전(전기) 기업은 9곳에 불과했다. 중국이 샤오미, 로보락 등 자국내·외 법인까지 모두 합치면 150곳 이상 인증을 받은 것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다.

전통적으로 가전·홈제품 강국인 미국(81개), 독일(43개)과 비교해도 압도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직접 경쟁 상대국이라 할 수 있는 대만(14개), 일본(10개)에도 뒤진다.

사실, 매터는 운영주체인 CSA의 명칭에도 나오듯 '커넥티드홈' 구성을 위한 TV·에어컨 등 가전제품 뿐 아니라 가정내 설치,운영되는 도어락, 로봇청소기, IP카메라 같은 거의 모든 구성품의 연결성을 IP(Internet Protocol)로 보장하려 조직된 것이다.

2022년 공식 글로벌 인증 브랜드로 선보인 뒤 지금까지 전세계 400여개 기업이 더 진화된 '스마트홈' 구현을 위한 연결성 기술을 근거로 인증을 획득했다. 소비자에겐 어떤 제품을 사든 연동된다는 신뢰감을 주었고, 제조사들에겐 한번의 개발로 모든 플랫폼과 스마트홈 환경에 적용할 수 있다고 내세운다.

문제는 세계적 가전·플랫폼 기업들이 대부분 매터 인증을 획득하다 보니, 이들 자체가 스마트홈 제품이나 관련 플랫폼 진입에 있어 강력한 세력집단화 된다는 점이다. 전체 인증 기업수 40%를 장악한 중국이 연대해 글로벌 스마트홈시장에 진을 친다면, 우리 기업이 파고들 곳은 더 협소해질 수 있다.

당장, 우리 스마트홈분야 중견·중소 기업들이 매터 인증을 받으려 줄 설 일은 아닌듯 하다. 관련 협단체나 지원 기관 등이 나서 매터 인증의 필요성과 활용도 등을 현실적으로 파악해 필요한 기업들의 인증 절차를 돕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더 나아가 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AI스마트홈산업협회 등 관련 대표 단체들이 정부 지휘로 공동조사반 같은 조직을 가동해 조사·연구 작업을 진행한 뒤 회원사인 개별 기업들의 매터 인증 대응을 지원하는 체계를 꾸려가는 것도 현실적인 대처법일 것이다.

글로벌 스마트홈이라는 어마어마한 시장을 본다면, 가벼이 지나칠 일은 아닌듯 하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