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주주총회를 앞두고 시장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주가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데다, 올해가 2024~2026년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의 마지막 해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적극적인 배당 정책으로 화답했다. 2025년 연간 9조8000억원의 정규 배당과 1조3000억원의 추가 배당 지급 계획을 밝힌 데 이어 내년 초까지 신규 주주 환원 정책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은 “장기적으로 주주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주주환원 결정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주주들이 삼성전자에 요구하는 건 배당 확대에만 그치지 않는다. 주주들은 주총장에서 경영진에게 삼성전자가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물었다. 경쟁사 대비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 우위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수익성 확보 방안, 스마트폰 주도권 유지 전략과 관련한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배당보다 근본적 문제인 삼성전자의 '근원적 경쟁력'에 의문을 던진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HBM 경쟁력 약화와 D램 시장 점유율 하락 등으로 위기론에 봉착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주주와 시장에 증명해야 하는 건 숫자로 제시된 환원책만이 아니다. 반도체는 물론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에서도 경쟁사를 압도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주주들은 배당에 대한 일시적인 만족을 넘어 삼성전자 미래 가치에 신뢰를 보낼 수 있다.
2026년 주총이 남긴 과제는 분명하다. 주주 환원은 신뢰를 지키는 수단일 수는 있어도, 기업 가치를 근본적으로 끌어올리는 해답이 될 수는 없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으로 확고한 입지를 굳히려면 초격차 기술로 부응해야 한다. 주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도 많은 배당이 아니라 혁신 기술로 시장을 리딩하는 삼성전자의 모습일 것이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