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엔지니어링, '원자층성장(ALG)' 시대 열었다…반도체·태양광 고객 확보

주성엔지니어링 용인 R&D센터. (사진=주성엔지니어링)
주성엔지니어링 용인 R&D센터. (사진=주성엔지니어링)

주성엔지니어링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원자층성장(ALG)' 기술이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저비용으로 초미세 회로 구현이 가능한 ALG 장비 고객사를 확보, 회사 신성장동력을 마련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ALG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반도체 장비를 고객사에 공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객명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메모리 제조 기업으로 알려졌다. 해당 고객사는 기존 원자층증착(ALD)과 ALG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장비를 도입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이 지난 2024년 업계 처음으로 ALG라는 새로운 개념의 기술을 개발한 지 약 2년 만의 성과다.

ALG는 질화갈륨(GaN)·비소화갈륨(GaAS)·인듐인(InP) 등 3·5족 화합물을 증착이 아닌 '성장' 공정을 활용해 반도체 회로 등으로 구현하는 기술이다. 기존 회로나 박막을 구현하는 데는 주로 ALD가 쓰였다. 원자 단위로 반도체 회로 구성 물질을 뿌리는 방식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이보다 생산성과 품질을 높일 수 있는 기술로 '성장'에 주목했다. 작은 결정을 키워 나가는 방식으로 회로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얼음 알갱이를 얼리는 과정과 유사하다. 기존 증착 대비 노광(물질 굳히기) 및 식각(회로 형태로 깎아내기) 공정을 줄일 수 있어 비용 효율성이 크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없이도 초미세 회로를 만들 수 있어서다.

또 실리콘보다 전자 이동 속도가 높은 3·5족 화합물을 통해 보다 고성능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단순 신기술이 아닌 반도체 공정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으로 ALG를 강조했다.

보통 성장 공정은 1000도가 넘는 고온에 이뤄져 적용 범위가 제한됐지만 주성엔지니어링은 이를 400도로 낮췄다. 웨이퍼나 기판 등 대상에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어 안정적 공정이 가능하다.

회사 측은 메모리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에도 ALG 기술이 확대 적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초미세 공정이 필요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ALG의 또다른 경쟁력은 반도체 외 디스플레이와 태양광 패널 공정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범용성'이다. 실제 주성엔지니어링은 태양광 패널 제조 고객사에도 ALG 기술을 지원하는 장비를 공급했다. 해당 장비는 화학기상증착(CVD)와 ALD, ALG를 모두 구현할 수 있는 장비로 전해졌다.

반도체 유리기판에서도 ALG 수요를 기대한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일부 반도체 유리기판 제조사와도 기술 협력을 이어갈 방침이다. ALG가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광에 기판까지 사실상 주성엔지니어링 주요 사업 분야에서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급부상했다는 의미다. 회사는 지난해 본격적인 ALG 공급 확대를 위해 장비 양산 체계를 구축한 바 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지난 2024년 7월  IR 행사에서 ALG 기술을 소개했다. (사진=박진형 기자)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지난 2024년 7월 IR 행사에서 ALG 기술을 소개했다. (사진=박진형 기자)

황 회장은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서 기술 혁신이 계속 이어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ALG가 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