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일자리 구조를 빠르게 바꿔 놓으면서, 대학 교육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번 받은 학위로 직업 현장에서 버티기 어려운 시대, 대학이 평생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에듀플러스는 이남식 재능대 총장을 만나 AI 시대 전문대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재능대가 현재 중심축으로 두고 있는 분야는.
▲전문대학이기 때문에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빠르게 양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러한 방향에서 대학의 핵심 슬로건을 두 가지로 설정했다. 우선, 글로벌 평생 직업교육 대학이다. 나이와 관계없이 새로운 직업 역량을 배우고 직장으로 나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대학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AI 바이오 프론티어 대학'이다. AI 기술을 다양한 전공 분야에 적용해 교육 혁신을 이루고, 인천이 세계적인 바이오 산업 중심지라는 점을 고려해 바이오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재능대는 다른 대학보다 비교적 일찍 AI 기술을 전반적인 전공 교육에 적용하기 시작했으며, 바이오로직스 산업에 맞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선도적으로 시작한 대학 중 하나다. 대학이 AI 바이오 프론티어 대학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교육 프로그램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교육 환경, 커리큘럼, 대학 거버넌스까지 전체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글로벌 평생 직업교육 대학이라는 모델은 기존 전문대학 모델과 어떤 점에서 다른가.
▲대학이 다루는 교육의 핵심은 결국 '직무 역량(job skill)'이다. 산업 환경은 변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직업에서 요구되는 역량도 지속적으로 바뀐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개발자에게 필요한 다양한 코딩 역량이 매우 중요한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업무의 일부가 자동화되거나 대체되고 있으며, 실제로 많은 프로그래머가 일자리를 잃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시대에 맞게 재교육을 받으면 다시 필요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
AI 기술 역시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생성형 AI, 에이전틱 AI, 피지컬 AI와 같은 단계로 계속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기술 변화에 맞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며,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 체계가 필요하다.
교육 대상도 단순히 대학 입학 연령의 학생만이 아니라 재직자 재교육, 퇴직 후 재취업을 준비하는 사람, 연령이 높은 학습자 등 매우 다양한 계층이 포함된다.
산업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사람들은 평생에 걸쳐 새로운 직무에 맞는 교육을 받아야 하는 시대다.
-평생 직업교육을 위해서는 대학의 교육 방식도 바뀌어야 하나.
▲기존 대학이 학위 중심 기관이었다면 앞으로는 다를 것이다. 평생 직업교육에서는 긴 시간 동안 학위를 취득하는 방식보다 짧은 기간 동안 필요한 역량을 집중적으로 배우는 방식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특정 분야를 6개월에서 1년 정도 집중적으로 공부해 필요한 자격을 빠르게 획득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현재 재능대는 마이크로크리덴셜, 마이크로디그리 등의 프로그램이 앞으로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이 프로그램들을 운영 중이다.
-청년뿐 아니라 성인과 재직자까지 교육 대상을 확대하려는 이유는.
▲실제 통계와 사회 구조 변화가 이러한 교육 모델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평균적으로 첫 직장에서 은퇴하는 시기는 50대 초반이지만, 평균 수명은 이미 80세 이상이다.
이는 최소 30년 이상 새로운 직업 활동을 해야 하는 기간이 생긴다는 의미다. 과거에는 은퇴 이후 연금을 중심으로 인생 설계를 했지만 이제는 90세 또는 100세까지 인생을 설계해야 하는 시대다. 이러한 삶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평생 직업교육 체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에듀플러스]이남식 재능대 총장, “AI가 일자리 바꾼다… 평생 직업교육 시대 왔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3/20/news-p.v1.20260320.2c5c026ac2d742379e1e6b0529802398_P1.png)
-모든 학과에 AI 교육을 도입하기 위해 어떤 구조를 마련했나.
▲AIX 위원회라는 학교 내 거버넌스 조직을 구성했다. 이 위원회는 대학 전체의 AI 교육 방향을 결정하는 조직으로, 총장은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위원회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대학 전체에서 AI 교육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또한 AI 분야는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이를 가르칠 수 있는 교수 인력도 제한적이다. 이를 위해 우리 학교는 외부의 우수한 교육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대표적으로 인텔이 개발한 'AI for Future Workforce'와 미국의 AI 교육 플랫폼 '유다시티 나노디그리' 프로그램 등이다.
또한 학생들이 코딩을 몰라도 AI를 배울 수 있도록 노코딩 기반 AI 교육 프로그램도 자체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실습 중심으로 배울 수 있다.
-AI 마이크로디그리와 마이크로크리덴셜은 기존 자격증 교육과 어떤 차이가 있나?
▲사실 AI 분야에는 아직 체계적인 자격증 제도가 많지는 않다. 재능대는 자격증 중심 교육보다는 전공별 AI 활용 능력 중심 교육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하는 방법을 배운다. 예를 들어 챗GPT, 클로드 등 코딩을 도와주는 코파일럿 AI 도구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습득한다.
이와 함께 디자인 작업, PPT·영상 제작 등 다양한 작업에서 AI를 활용한 교육도 진행한다. 각 전공에 맞게 선택해 교육하는 방식이며, 교육 방향 역시 AIX 위원회에서 결정한다.
-AI 시대에서 로봇과 피지컬 AI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나요?
▲로봇이 실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황을 고려한 훈련 환경이 중요하다. 로봇이 작업을 수행할 때 바닥의 저항, 다양한 환경 조건, 여러 작업 상황 등이 모두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환경을 랜덤하게 생성해 로봇이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또한 시뮬레이션에서 훈련된 로봇이 실제 환경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를 줄이는 기술 또한 필요하다.
-이런 교육 변화가 취업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현재 산업 현장이 아직 이 같은 교육 변화에 완전히 맞춰져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교육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보고 준비 하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로봇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업들의 실제 매출이나 이익률은 아직 높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것은 현재의 실적보다는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대학 역시 지금 당장의 인력 수요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5년 뒤 어떤 인력이 필요한지를 고려하고 교육을 해야 한다.
-AI 교육을 추진하면서 내부 저항이나 어려움은 없었나.
▲내부 구성원이 오히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문제는 저항이 아니라 AI 교육 역량을 갖춘 교수 인력이 부족한 점이다. 하지만 AI 기술 자체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AI를 활용하면 연구 자료 분석이나 교육 콘텐츠 제작 등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 교육에서 가장 필요한 역량은.
▲도전 정신과 실행력이다. 새로운 시대에는 아직 해보지 않은 일이 많기 때문에 먼저 시도하고 실행해 보는 능력이 필수다. 기존 교육은 기초부터 단계적으로 쌓아 올리는 구조였지만, 이제는 학습해야 할 지식이 많기 때문에 필요한 문제 중심으로 학습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AI 기술을 활용하면 긴 강의나 자료를 빠르게 정리하고 핵심 내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학습 속도도 크게 향상될 수 있다.
-AI 시대에 대학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는 단순한 학위보다는 능력 중심 사회가 될 것이다. 졸업장만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시대기 때문에 계속 변화하는 기술을 학습할 수 있는 능력과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행력을 갖춰야 한다. 우리 학교가 캡스톤 디자인 프로젝트 등을 운영하는 이유다.
◆이남식 재능대 총장
서울대에서 농화학을 전공하고 KAIST 산업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전주대,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 계원예술대, 서울예술대에서 총장을 역임했다. 국제디자인대학원대학교 부총장, 수원대 제2창학위원장으로 대학혁신의 최전선을 지켜왔다. 현재 재능대 제18대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백남준문화재단 이사장, 대한인간공학회 회장, 국제미래학회 회장을 지냈고,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인문융합창작소 초대 소장을 역임했다. 또한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국제친선훈장을 수훈했으며, 디자인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