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반도체 설계 기업(IP Licensor) Arm이 실리콘 칩을 직접 만들어 판매한다. 창사 35년 만에 처음으로 인공지능(AI) 시장을 놓고 고객사인 인텔, AMD와 중앙처리장치(CPU) 공급 경쟁을 벌인다.
25일 Arm은 'Arm 에브리웨어(Everywhere) APAC 온라인 프레스 세션'을 열고 자체 제작한 첫 번째 실리콘 칩 'Arm AGI CPU' 출시를 발표했다.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는 “Arm은 이제 칩 형태로 CPU를 직접 공급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에 진입한다”며 “메타를 비롯한 파트너들이 에이전틱 AI 병목 현상을 해결할 CPU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Arm이 선보인 신제품은 CPU 당 최대 136개 Arm 네오버스 V3 코어를 탑재, 코어 당 6GB/s 대역폭과 100ns 미만 지연시간을 지원한다. x86 계열 CPU 대비 랙당 2배 이상 성능을 낸다. AI 데이터센터에 적용될 경우 용량 1GW 규모 기준 최대 100억달러(약 15조원) 비용절감이 가능하다.
AGI CPU는 우선 TSMC의 3나노(nm) 첨단 공정을 통해 생산되지만 향후 삼성전자 등 다른 파운드리로 확장 가능성도 있다.
Arm 관계자는 “향후 버전에서는 상황에 따라 삼성전자와 협력 채널을 파운드리 및 패키징까지 확장하는 방안을 열어두고 있다”며 “삼성은 우리가 매 세대 눈여겨보는 잠재적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Arm이 직접 실리콘 칩을 공급한다는 발표는 CPU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Arm은 지금까지 설계기술(아키텍처)을 개발해 그 지적재산권을 타사에 라이선싱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수했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나 퀄컴의 스냅드래곤 AP를 포함, 전 세계 스마트폰 및 임베디드 시장에서 Arm의 기술이 적용된 제품 비율은 90% 이상으로 추산된다.
Arm의 전략 변경으로 인텔과 AMD를 비롯해 Arm에서 IP를 공급받아 칩을 제작하던 고객사들은 우군이 위협적인 라이벌로 변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Arm의 전략 변경은 에이전틱 AI가 앞으로 더 많은 컴퓨팅 파워를 요구할 게 명확하기 때문이다. 메타의 경우 자체 AI 가속기인 'MTIA'를 개발 중인데, 이 가속기에 들어가는 CPU 파트너로 x86 진영인 인텔이나 AMD가 아니라 Arm을 선택했다. 이는 빅테크들이 향후 CPU 파트너 선택 기준으로 저전력·고효율을 중시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메타를 제외한 다른 고객사(출시 파트너)로는 오픈AI, 클라우드플레어, SAP와 한국의 SK텔레콤, 리벨리온 등이 언급됐다. 이들은 Arm의 CPU와 랙을 기반으로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수 있다.
하스 CEO는 고객사와의 잠재적 경쟁 이슈에 대해서 “공급이 아직 매우 부족하고(Underserved),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활동할 시장의 기회가 매우 방대하다”며 “직접 실리콘 칩을 판매하는 동시에 IP라이선싱이나 컴퓨팅 서브시스템(CSS) 비즈니스 모델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