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의 AI 전환(AX)은 단순히 AI 도구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가이드라인과 실무자의 암묵지를 구조화해서 실행 가능한 체계로 바꾸는 과정이다.”
황현태 스페이스와이 대표는 4월 9일 잠실 한국광고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에이전틱 AI 원년, 기업의 AX 전면 재설계 및 실행 로드맵' 세미나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기업의 AX를 이렇게 정의했다.
황 대표는 이어 “개념 증명(PoC)은 잘 나오는데 현장 생산성은 기대만큼 안 오른다는 평가가 많다”면서 “이는 AI가 일을 대신하기 전에, 사람이 하던 판단의 기준과 예외 처리 방식이 먼저 정리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지금 많은 기업이 AI를 '써보는 단계'까지는 도달했다면서, 각종 생성형 AI 도구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현장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숙련자의 노하우, 팀장의 판단, 개인의 감각에 의존해 돌아가는 업무가 태반이라고 말하면서, 이것이 바로 AX가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근본 원인이라고 짚었다.
황현태 대표는 SKT·CJ·키움증권·LG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을 대상으로 AX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엔터프라이즈 AX 전문 스타트업 '스페이스와이'를 운영하고 있다.
황 대표는 “도구는 많아졌지만, 어떤 업무를 어떤 기준으로 AI에 맡길 것인지, 누가 검수할 것인지, 실패했을 때 어떻게 복구할 것인지까지 설계된 조직은 많지 않다”면서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툴이 아니라, 조직 안에 숨어 있는 암묵지를 드러내고 그것을 반복 가능한 방식으로 전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 AX 현황에 대한 그의 중간 점검은 현실적이다. 그는 “'도입'은 빨라졌지만 '운영 체계화'는 아직 부족한 상태”라면서 “AI 전환의 속도전에서 앞서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변화가 조직 내부에 실제로 뿌리내리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실제 AX 전환 과정에서 조직이 반드시 갖춰야 할 운영 원칙으로 네 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 원칙은 AI와 사람의 역할 경계를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다. 그는 “무엇을 AI에 맡기고, 무엇은 사람이 끝까지 책임질 것인가의 경계가 불분명하면 현장은 혼란에 빠진다”면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세워야 할 기준이 역할 분담”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AI 활용을 개인 재량이 아닌 팀의 운영 방식으로 내재화하는 것이다. 누구는 쓰고 누구는 안 쓰는 구조로는 생산성 차이만 벌어지고 조직 역량은 쌓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AI를 개인 도구가 아닌 팀 단위 업무 인프라로 표준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세 번째는 입력값과 출력값의 기준을 팀 단위로 합의하는 것이다. 황 대표는 “좋은 프롬프트 몇 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형식으로 요청하고 어떤 형식으로 결과를 받을지 팀 단위로 합의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개인기가 아닌 팀의 표준화된 AI 활용 방식이 지속 가능한 생산성의 기반이 된다는 논리다.
네 번째는 검수 책임의 명확화와 실패 사례의 빠른 축적이다. AI가 초안을 만들 수 있지만 최종 책임은 반드시 사람에게 있어야 하며, 특히 대외 커뮤니케이션·고객 응대·경영 판단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황 대표는 “어디서 AI가 잘못 판단했는지, 어떤 업무는 아직 사람이 직접 하는 게 나은지 빨리 알아야 실전형 AX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AX 실행의 첫걸음은 무엇일까. 황 대표는 “거창한 AI 전략 문서보다 먼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실제 업무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답한다. 보고서 초안 작성, 고객 문의 분류, 회의 내용 정리, 제안서 구조화처럼 자주 발생하는 업무를 우선순위에 놓으라는 것이다.
그 다음은 그 업무를 가장 잘하는 사람에게 이른바 'AX 타임(Time)'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일정 시간 동안은 아무 소프트웨어를 쓰지 않고 AI 도구만 활용하게 하는 시간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는 AI 성능을 기업 맞춤형 지표로 관리하는 평가 프레임워크 도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가 현장에서 줄곧 주장하는 개념이 있다. 바로 '꼭지점 AX'다. 이것은 조직 전체를 한꺼번에 바꾸려 하기보다, 변화의 파급력이 큰 꼭지점부터 바꾸자는 뜻이다. 여기서 꼭지점은 대표·임원·본부장·팀장처럼 의사결정과 업무 흐름에 큰 영향을 주는 사람이거나, 조직에서 실무 기준을 사실상 설정하는 핵심 인력을 가리킨다.
그는 많은 기업이 AX를 전사 캠페인으로 시작하지만, 현실에서 조직은 균일하게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보통은 몇몇 핵심 노드가 먼저 바뀌고, 그 변화가 아래로 퍼지는데, 이 지점을 꼭지점이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황 대표가 이 개념을 통해 기업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명확하다. AX가 전 직원에게 'AI 열심히 써보자'라고 공지한다고 일어나는 변화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조직의 기준을 만드는 사람, 실행 방식을 바꾸면 파급효과가 큰 사람부터 AI 네이티브하게 바뀌어야 한다“면서 “리더가 직접 써보고, 직접 실패해보고, 직접 업무 기준을 다시 짜야 조직도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한편 황현태 대표는 4월 9일 전자신문인터넷이 주최하는 '에이전틱 AI 원년: 기업 AX 전면 재설계 및 실행 로드맵' 세미나에서 '엔터프라이즈 AX 전략 '꼭지점 AX' : 기업의 가이드라인, 암묵지 정복을 위한 방법'이라는 주제로 발표한다.
이 행사는 이승현 포티투마루 부사장, 유호현 토블에이아이 대표, 김건우 AX전략 컨설턴트가 기업의 AX 현황에 대해 중간 점검하고 향후 방향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예정이다. 행사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행사 홈페이지(https://conference.etnews.com/conf_info.html?uid=478)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임민지 기자 minzi5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