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발전소 등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또다시 유예했다. 협상 국면을 이유로 공격 중단 시한을 연장하며 '군사 압박'과 '외교 정책'을 병행하는 전략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오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 정부의 요청에 따라 발전소 파괴를 4월 6일 오후 8시(미 동부시간)까지 열흘간 중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대화가 진행 중이며 매우 잘 되고 있다”며 협상 진전을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기존 유예 조치를 다시 연장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23일 이란과의 협상을 이유로 27일까지 5일간 발전소 및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시한 만료를 하루 앞두고 이를 열흘 추가 연장하면서 사실상 두 차례 연속 '공격 보류' 결정을 내린 셈이다.
새로 설정된 시한은 개전 6주차에 해당하는 4월 6일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초기부터 제시해온 '4~6주 내 전쟁 종결' 시나리오와 맞물리는 시점이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진에 전쟁을 당초 설정한 기간 내 마무리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유예 조치는 단순한 긴장 완화 차원을 넘어 협상 타결을 위한 '시간 벌기'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조건의 간극이 큰 상황에서 닷새의 협상 기간만으로는 합의 도출이 어렵다고 판단, 추가 협상 공간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한 점은 협상 주도권이 미국에 있다는 메시지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동시에 군사적 압박 수단은 유지하면서도 외교적 해법을 열어두는 이중 전략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번 조치가 전면적인 군사 행동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발전소 등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직접 타격만 유예됐을 뿐, 다른 형태의 군사 작전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이 때문에 이란 측에서는 미국이 '결정적 공격'을 앞두고 시간을 벌기 위한 전술적 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실제 미국 내에서는 이란에 대한 군사 옵션 검토가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들은 미군이 '최후의 일격'을 포함한 다양한 작전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양국 간 신뢰가 극히 낮고 종전 조건에 대한 입장 차도 큰 상황에서 열흘의 추가 협상 기간이 실제 합의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협상 진전을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실질적 성과 도출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는 신중론이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국내 정치적 부담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란 전쟁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은 데다, 호르무즈 해협 긴장에 따른 유가 상승 압박이 커지면서 전쟁 장기화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5월 중순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 일정을 재확정한 것도 '4월 종전' 구상을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된다.
결국 4월 6일까지의 추가 유예 기간은 전쟁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협상이 타결될 경우 단기적 긴장 완화와 에너지 시장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반대로 결렬될 경우 중동 지역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한 군사 충돌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