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27일 장 초반 4% 넘게 급락했다가 낙폭을 크게 줄이며 마감했다. 코스닥은 장중 반등에 성공했지만,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투자심리는 끝내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1.59포인트(0.40%) 내린 5438.87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4.87포인트(0.43%) 오른 1141.51로 장을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주간거래 종가 기준 1.9원 오른 1508.9원을 기록했다.
이날 시장은 개장 초반부터 크게 흔들렸다. 간밤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주가 급락한 데다 중동 전쟁 불확실성, 고유가 우려, 환율 부담이 한꺼번에 반영되며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졌다. 구글의 '터보퀀트' 기술 공개 이후 메모리 수요 둔화 우려가 확산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주도 장 초반 약세를 나타냈다. 뉴시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삼성전자는 장 초반 3% 넘게, SK하이닉스는 4% 넘게 하락했다. 로이터도 최근 국내 증시 급락 배경으로 중동발 에너지 공급 우려와 기술주 중심 외국인 매도를 지목했다.
다만 장중 들어 코스피는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낙폭을 빠르게 줄였다. 코스닥은 상승 전환에 성공하면서 비교적 강한 반등 흐름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지수 급락 자체보다도 외국인 수급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4조원에 가까운 순매도를 기록하며 지수 상단을 눌렀다.
외국인 매도 규모는 이례적인 수준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외국인은 연초 이후 코스피에서 47조원을 순매도했고, 이 가운데 반도체 업종 순매도만 46조원에 달한다. 이날 순매도까지 합치면 연초 이후 누적 순매도 규모는 50조원에 육박한다.
다만 절대 금액만으로 현재 상황을 과거 금융위기와 동일선상에서 보기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이 4000조원대로 커진 만큼,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 순매도 비중으로 보면 3월 현재 약 -1.1%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6.0%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종목별로는 외국인 지분율 변화도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26일 기준 49.1%로 최근 10년 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다. SK하이닉스 역시 외국인 지분율이 53.5%로 절대 수준은 여전히 높지만, 2024년 이후 흐름만 놓고 보면 낮아진 상태다.
결국 향후 관건은 대외 변수다. 중동 정세가 추가로 악화하지 않고, 반도체 업황을 둘러싼 우려도 진정된다면 외국인의 기계적 비중 축소와 차익실현 압력은 점차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로이터는 최근 한국 증시가 전쟁 공포로 급락했지만, 실적 개선 기대와 반도체 중심 이익 전망 자체는 아직 훼손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또 한국 증시 내 외국인 보유 비중이 과거보다 이미 낮아져 있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사태가 금융위기 급으로 추가 격상되지 않는 이상, 이미 외국인은 상당부분 국내 증시를 내다판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며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 대한 기계적인 비중 조절, 차익실현의 유인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