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중동 發 '비닐대란' 물류업계 덮치나…포장재 수급 촉각

중동 전쟁의 전운이 국내 물류 현장까지 덮치고 있다. 나프타 가격이 급등하면서 비닐 원재료 수급에 차질이 발생, 물류 업계 전반에 '비닐 대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재고로 버티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물류 서비스 전반에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쿠팡은 현재 배송 물량의 상당 부분에 비닐 포장을 적용한다. 당장은 확보해 둔 재고로 대응하고 있지만, 남은 재고는 앞으로 2개월여간 사용할 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료 공급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면 쿠팡 '로켓배송' 포장 공정에 심각한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A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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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업계는 경량화와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비닐 포장재를 널리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이란 간 충돌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나프타 수급에 차질이 발생했다. 나프타는 폴리에틸렌(PE), PVC 등 플라스틱을 제조할 수 있는 '에틸렌'의 핵심 원료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출고 전 비닐 래핑 공정을 거쳐야 하는 제조사들과 스트레치 필름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풀필먼트 업계에서 에틸렌 기반 포장재 수급이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주요 물류사는 비닐 원재료 수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비닐 수급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풀필먼트 물류센터 등에서 대량으로 사용하는 박스 테이프, 스트레치 필름(포장용 랩) 등이 부족해지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물류업체는 수급처 다변화 등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물류사로 유입되는 화물량이 변화하는 것은 물론 단일포장에서 합포장으로 바꾸는 등 배송 프로세스 전반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아울러 포장재 비용 상승이 물류비 증가로 이어지고, 최종 소비재 가격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단순히 원가 상승을 넘어 산업 전반의 비용 구조를 흔드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공급망 구조 자체를 재편하지 않는 이상 유사한 위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나프타 수요 절반가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이 가운데 약 50%가 중동산이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 의존도를 낮추는 조달 다변화와 함께 나프타 등 핵심 원료의 전략 비축 필요성도 제기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비닐 대란으로 인해) 제조, 유통, 물류 등 벨류체인 전반에 걸쳐 위기감이 크다“면서 ”정부 차원의 타개책을 기대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