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간기업 광고성 문자나 공지는 통신사의 자체 필터링을 통해 많이 걸러지는 듯한 분위기다. 오히려 공공기관이 보내는 불필요한 안내나 설문 참여 주문은 부쩍 늘어났다. 공기관 발신이라 스팸으로 걸러지지 않는 문제도 있으나, 무심결에 제출한 본인 연락처 정보가 다른 기관에도 유통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된다.
이런 현상 뒤엔 공공기관이 엉망으로 벌이는 온라인 설문조사가 자리하고 있었다. 한 여당 국회의원실이 관련 IT기업에 의뢰해 벌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표본 공기관 10곳 중 8곳 가까이가 편리하고 대중적이란 이유로 외부 설문 플랫폼을 활용했다.
외부플랫폼을 써 설문을 벌인 공기관 중 57%는 설문 작성자와 본인 식별이 가능한 특정 정보인 휴대폰 번호를 수집했다. 경품 제공이나 당첨 안내에 필요한 것이라고 무심결에 제출했으나, 설문 답변에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을 감추는 과정은 생략된 것이다.
문제는 설문 목적과 근거가 해당 공기관으로 제시됐겠지만, 외부 플랫폼으로 작성돼 제출된 개인정보의 수집 범위, 보관 위치나 방법, 보유기간, 파기 시한 및 방법 등은 전혀 해당 공기관 책임하에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해당 공기관은 업무 효율성을 기한다는 미명아래, 설문 업무를 대행사에 맡기고 대행사가 범위를 넘어서는 정보 수집활동을 벌이는데도 전혀 관여하거나 나몰라라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 특정지역 교육청 두곳은 참여자에게 계좌정보는 물론, 영상으로 제작된 자기소개 자료까지 수집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자녀 학업이나 성취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오히려 악용하는 과도한 정보수집·활용이라 아니할 수 없다.
지난해 우리는 카드사, 통신사 등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치를 떨어야했다. 그리고는 늘 우리는 소 잃은 뒤 외양간을 고치고, 고친 외양간에서 똑같은 사고가 되풀이되는 경험을 만들어 왔다.
공기관들이 정부 정책을 알리고,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온라인 설문조사 방식을 활용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를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도를 넘어 수집되고, 어떻게 관리되는지 조차 모르는 개인정보가 쌓이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정부 차원 온라인 개인정보 수집 공공업무 가이드라인을 서둘러 만들어 배포하고, 가능하면 국내 IT기업과 협업해 정부·공기관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보안화된 조사 플랫폼이 도입되길 바란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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