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신호 의존 끝낸다”…KTCS-2, 전국 철도망 확산 본격화

경부선 시공 중·호남선 5월·수서선 8월 발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국형 열차제어시스템(KTCS-2)이 시범사업 단계를 마치고 전국 확산에 들어갔다. KTX 차량에 이어 고속철도 '두뇌'로 불리는 신호체계까지 국산화의 결실을 보게 됐다.

7일 국가철도공단에 따르면 경부고속선의 KTCS-2 시공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호남고속선과 수서고속선의 KTCS-2도 각각 5월과 8월 발주를 앞두고 있다. 서울∼광명과 대전·대구 도심 구간, 포항 연결선 등 일반선 연계 구간까지 설계에 들어가며 KTCS-2 적용 범위는 전국 철도망으로 넓어진다.

국내 고속철도 제어시스템은 2004년 경부고속선 개통 이후 외산인 ATC에 의존해왔다. 열차를 안전하게 운행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대가가 컸다. 기술 종속이 이어졌고 유지관리 비용도 불어났다. 시스템을 바꾸거나 확장할 때마다 해외 업체 일정에 맞춰야 했다. 사업비와 시간 모두 제약을 받는 구조였다.

KTCS-2는 이런 한계를 바꾸기 위해 국가연구개발로 개발한 한국형 열차제어시스템이다. 국가철도공단이 주관해 2014년 12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총 339억원을 투입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을 포함한 13개 민관 기관과 기업이 참여했다.

KTCS-2는 철도 전용 무선통신망인 LTE-R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핵심 장치는 RBC(무선 폐색 중앙장치·Radio Block Center)다. 열차 위치 정보를 바탕으로 이동 가능 거리와 열차제어 정보를 실시간으로 생성한다. 이 정보를 LTE-R을 통해 차량에 보내면 차량 컴퓨터가 최적 운행 속도를 계산해 기관사에게 제공한다. 기존 ATC가 지상 설비 중심으로 열차를 제어했다면 KTCS-2는 무선통신을 바탕으로 지상과 차량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구조다.

안전성도 확보했다. KTCS-2의 RBC는 국제 안전평가기관인 독일 TUV SUD에서 안전무결성 최고 등급인 SIL4 인증을 받았다. 위험측 고장 발생확률을 최소 10의 마이너스 9제곱 수준까지 낮춘 설계다. 실제 비교 결과에서도 KTCS-2는 기존 ATC보다 고장 발생확률이 5.81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형 초고속 신호시스템 구축 기반 마련을 위한 기술용역. (자료=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국형 초고속 신호시스템 구축 기반 마련을 위한 기술용역. (자료=한국철도기술연구원)
외산 ATC 대체 본격화…수송력 1.2배·1조2149억원 절감 기대

KTCS-2를 도입하면 현재 고속철도에 적용한 외산 신호시스템 ATC를 개량하는 것과 비교해 약 1조2149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입 대체 효과가 크다. 해외 기술 의존도가 낮아지면 향후 유지보수와 개량 과정에서도 비용 통제가 쉬워진다.

또한 무선통신을 통한 실시간 정보 전송으로 열차 간 운행 간격이 기존 ATC의 10.5㎞에서 KTCS-2는 8.1㎞로 줄어든다. 같은 선로에서 더 많은 열차를 운행할 수 있게 되면서 수송력이 1.2배 이상 증가한다. 열차 운행 횟수를 늘릴 여지가 커지고 늘어나는 철도 수요에도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KTCS-2는 연구개발 단계부터 유럽 상호운영 열차제어시스템(ETCS)을 기반으로 개발했다. 국내 운행 환경에 맞추면서도 해외 규격을 함께 고려한 셈이다. 국가 간 철도 연결이 필요한 시장에서도 적용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는 구조다. 고속철도와 신규 철도 인프라 수요가 늘어나는 해외 시장에서 K-철도 기술 확산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공단은 KTCS-2 다음 단계도 준비하고 있다. 열차자동화운전(ATO) 기능을 탑재한 KTCS-3 개발이다. KTCS-2가 외산 의존 구조를 끊고 국산 신호체계의 기반을 세운 단계라면 KTCS-3는 자동화 수준을 더 끌어올리는 후속 기술이다. 차량에 이어 제어시스템까지 국산화한 데서 멈추지 않고 차세대 철도 운영기술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안호 국가철도공단 이사장 직무대행은 “KTCS-2는 이미 현장 검증을 마친 기술”이라며 “전국 철도망 적용을 통해 신호체계 전환을 본격화하겠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