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수의 AI와 뉴비즈] 〈39〉'에이전트 커머스'가 온다…이제 마케팅 대상은 사람 아닌 AI

최은수 인텔리빅스 대표·aSSIST 석학교수·CES2025·2026 혁신상 심사위원
최은수 인텔리빅스 대표·aSSIST 석학교수·CES2025·2026 혁신상 심사위원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리테일 전시회 '숍토크 스프링(Shoptalk Spring) 2026' 현장은 거대한 역사적 전환을 알리는 자리였다. 구글과 오픈AI, 그리고 글로벌 리테일 거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에이전트 커머스(Agentic Commerce)' 시대의 개막을 공식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날의 풍경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오픈AI는 챗GPT가 타깃(Target), 세포라(Sephora), 노드스트롬(Nordstrom) 등 주요 유통사의 실시간 재고와 가격 데이터를 직접 학습해 사용자의 질문에 맞춰 상품을 고르고 장바구니에 담는 기능을 전격 공개했다. 패션 브랜드 '갭(Gap)'은 구글 제미나이 에이전트 내에서 웹사이트 방문 없이 즉시 결제까지 마치는 세계 최초의 사례를 시연했다.

이는 단순히 편리한 기능을 추가한 수준이 아니다. 1990년대 중반 웹 브라우저의 등장으로 시작된 '이커머스'의 문법이 30여년 만에 뿌리째 뽑히고, 인간이 직접 상품을 찾아 헤매던 '쇼핑 노동'의 종말을 알리는 중대한 변화다. 이제 쇼핑은 '보는 것'에서 '말하는 것'으로, '고르는 것'에서 '승인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장면 1=제로 클릭 쇼핑

우유가 떨어진 것을 발견한 주부 이 씨. 냉장고에 대고 “우유 주문해 줘”라고 말할 필요조차 없다. 냉장고에 탑재된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이미 소비 패턴을 분석해 “우유 재고가 부족해 평소 즐겨 찾던 저지방 우유를 최저가 마트에서 주문해 두었습니다. 오늘 오후 4시에 도착합니다”라고 알린다.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구매가 완료되는 '제로클릭 쇼핑'이다.

#장면 2=출근길 차 안에서의 선물 큐레이션

“오늘 퇴근길에 아내에게 줄 결혼기념일 꽃다발이랑 케이크 좀 준비해 줘. 예산은 15만원 안팎으로.” 운전 중인 박 팀장의 말에 자동차 AI는 아내의 취향, 단골 꽃집의 현재 재고, 최적의 픽업 경로를 계산한다. “아내분이 좋아하시는 장미꽃이 포함된 꽃다발 구성을 찾았습니다. 케이크는 예약 완료했고, 결제는 차량 결제 시스템으로 진행할까요?” 박 팀장은 “응”이라는 짧은 대답 하나로 모든 준비를 마친다.

#장면 3=비교 쇼핑으로 '선택 장애' 해소

“조카 초등학교 입학 선물로 요즘 유행하는 가방 좀 골라줘. 예산은 10만원 안팎으로.” AI 에이전트는 소셜 미디어의 트렌드, 조카 연령대의 인기 구매 순위, 실제 구매자들의 긍정 리뷰 비중을 종합해 가장 합리적인 후보 3개를 제시한다. 인간의 '선택 장애'를 AI의 '추론 능력'이 해결해 주는 순간이다.

에이전트 커머스의 핵심은 AI가 인간의 대리인으로서 '지갑'을 열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구글이 발표한 범용 커머스 프로토콜(UCP)과 에이전트 결제 프로토콜(AP2)은 AI가 웹사이트의 복잡한 절차 없이도 안전하게 결제를 수행하는 표준을 제시했다.

이것은 마케팅의 대상이 '인간'에서 'AI 알고리즘'으로 확장됨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화려한 사진과 감성적인 문구로 인간의 시각을 자극해 '클릭'을 유도했다면, 이제는 AI 에이전트가 우리 상품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에이전트 마케팅'이 기업의 사활을 결정한다. 이제 AI가 단순한 '추천 도구'가 아니라 실질적인 '구매 결정권자'가 됐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AI 에이전트의 알고리즘을 설득해야 물건이 팔리는 시대가 된다. 따라서 이커머스의 문법이었던 '검색 엔진 최적화(SEO)'는 이제 'AI 에이전트 최적화(AIO:Agent Intelligence Optimization)'로 진화해야 한다. AI는 예쁜 홈페이지보다 읽기 좋은 '구조화된 데이터'를 원한다. 상품의 성분, 배송 정확도, 실제 고객의 정성적 평가 등이 데이터로 완벽히 정제돼 있어야만 AI 에이전트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혁명적 변화 속에 우리 기업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첫째, 'API 퍼스트' 인프라 구축이다. AI 에이전트가 우리 상품 정보를 실시간으로 긁어가고 결제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데이터 통로를 개방하고 고도화해야 한다. AI가 읽지 못하는 정보는 존재하지 않는 정보나 다름없다.

둘째, 초개인화된 추론 데이터의 확보이다. 단순히 '무엇'을 파느냐가 아니라, 고객이 '왜' 지금 이 순간에 필요한지를 AI 에이전트에게 설득할 수 있는 맥락 데이터를 보유해야 한다.

셋째, 브랜드 신뢰도의 수치화다. AI 에이전트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반품률, 배송 지연 시간, 고객 응대 만족도 등 객관적 수치가 곧 브랜드 경쟁력이 된다.

결국 미래의 승자는 트래픽을 많이 보유한 플랫폼이 아니라, 'AI 에이전트와 가장 완벽하게 연결된 기업'이 될 것이다. 숍토크 스프링 2026의 선언은 명확하다. 이제 쇼핑은 인간의 손을 떠나 지능형 에이전트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이 거대한 흐름에 올라타 '에이전트가 선호하는 브랜드'로 거듭나는 기업만이 다가올 커머스 대전환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최은수 인텔리빅스 대표·aSSIST 석학교수·CES2025·2026 혁신상 심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