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천문연구원 국제 공동연구팀이 거대 타원은하 M87 중심 초대질량 블랙홀에서 방출되는 제트 내부에서 파동이 전파되는 현상을 최초로 규명했다.
M87은 태양 질량의 약 65억배에 달하는 블랙홀을 중심으로 강력한 제트를 방출하는 천체로, 지구에서 약 5500만 광년 떨어져 있다. 인류 최초로 사건지평선망원경(EHT) 관측을 통해 촬영된 대상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제트 구조를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는 연구 대상으로 꼽힌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천문연의 KVN과 일본 국립천문대의 VERA를 결합한 한일 공동 우주전파관측망(KaVA)을 활용했다.
2013년 12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약 2년 6개월 동안 22㎓ 대역에서 총 24회에 걸쳐 짧은 주기로 모니터링 관측을 수행했다. 이를 통해 블랙홀 반경의 약 1000배 이상 지역인 약 12밀리아크초(mas) 이내 영역의 제트 구조 변화를 정밀하게 분석했다.
연구팀은 제트 가장자리를 따라 나타나는 수직 방향 흔들림이 단순한 국소적 진동이 아니라, 하류 방향으로 이동하며 전파되는 '횡방향 파동'임을 밝혀냈다. 이런 구조가 시간과 공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분석했다.
그 결과 이 파동이 약 0.94년의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전파되며, 파장 길이는 약 2.4~ 2.6광년(9~10mas)에 달한다는 것을 측정했다.
또 파동의 겉보기 전파 속도는 빛의 속도보다 약 2.7~2.9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실제 물리적 속도가 빛보다 빠른 것이 아닌, 제트가 관측자 시선 방향과 매우 좁은 각도로 비스듬히 운동할 때 나타나는 상대론적 착시 현상인 '초광속 운동'의 결과다.
이 파동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유력한 후보 중 하나는 '알페인파'로, M87 제트는 강력한 자기장이 지배하고 있는데 이 자기장이 팽팽하게 당겨진 줄처럼 진동하며 에너지를 전달한다는 가설이다. 이 경우 파동은 블랙홀 인근 가스 소용돌이와 뒤틀린 자기장이 상호 작용하며, 에너지를 주기적으로 방출할 때 생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가능성으로는 제트 전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안정성에 의한 현상일 수 있다. 제트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으로 인해 발생한 미세한 왜곡이 하류로 내려가며 증폭돼 파동 형태로 관측됐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연구팀은 향후 추가 관측과 수치 시뮬레이션 등 이론 연구를 병행해 어떤 메커니즘이 해당 현상을 주도하는지 규명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를 이끈 노현욱 천문연 박사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블랙홀에서 분출되는 제트 내부에서 약 1년 주기의 파동이 실제로 전파되고 있음을 처음으로 증명한 성과”라며 “블랙홀 근처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현상이 제트를 따라 하류로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설명하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