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대학, AI·SW로 재편하다]①산학협력, 대학의 '교육 시스템'이 되다…산업과 교육을 동시에 혁신하는 울산대

김종면 울산대 SW중심대학 사업단장
김종면 울산대 SW중심대학 사업단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지원하는 소프트웨어(SW) 중심대학 사업이 지난해 10주년을 맞았다. 2015년 시작된 이 사업은 대학 교육을 SW중심으로 전환하고, 디지털 인재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지난 10년간 SW중심대학은 교육과정 개편, 산학협력 확대, 융합 인재 양성 등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냈다. 에듀플러스는 인터뷰를 통해 변화의 현장을 짚고, 대학과 산업을 연결하는 SW중심대학 사업 성과와 진화를 살펴본다.

대학의 산학협력이 '프로젝트'를 넘어 '교육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울산대학교는 지역 기업과의 산학협력으로 산업과 교육을 동시 혁신하는 모델을 구축했다. 변화의 중심에는 지난 10년간 축적된 SW중심대학 사업이 있다.

김종면 울산대 SW중심대학 사업단장은 “SW중심대학 사업 수행 이전에는 교수 개인 네트워크에 의존한 단발성 산학협력이 주를 이뤘다”며 “개인의 활동이 대학 시스템으로 전환됐다는 점이 사업 이후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라고 단언했다.

울산대는 교육과정혁신위원회가 중심이 돼 산업체 수요를 정기적으로 반영한다. 이를 교과목과 프로젝트로 연결하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산학협력프로젝트 캡스톤디자인'을 전공 필수로 지정해 SW 전공생이 졸업 전 기업 연계 프로젝트를 경험하도록 한 점은 SW중심대학 사업이 가져온 상징적인 변화다.

[에듀플러스][대학, AI·SW로 재편하다]①산학협력, 대학의 '교육 시스템'이 되다…산업과 교육을 동시에 혁신하는 울산대

달라진 교원 평가제도도 사업이 이끈 변화다. 기존에는 논문과 연구 중심 교원업적평가만 이뤄졌지만, 지금은 지산학 협력과 산학협력 기여도도 평가한다. 산업체 출신을 교원으로 임용한 것도 변화 사례다. 김 단장은 “달라진 교원 채용 시스템과 입학 정원이 대폭 확대된 ICT융합학부 신설로 산학협력의 규모와 깊이가 확장됐다”고 강조한다.

현장에서의 협력 방식도 한층 구체화됐다. 울산대는 HD현대미포와 실제 산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3건의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인공지능(AI) 기반 배관 플러싱 자동 정지 시스템, 증강현실(AR) 기반 정합 인터페이스, 무인화 검사 SW 등이 대표적 사례다. HD한국조선해양과 진행한 디지털트윈(DT) 과정에서는 이미지 데이터 분석, 음성인식 기술 등 실제 산업 데이터를 활용한 문제해결형 프로젝트를 5개월간 진행하기도 했다. 이는 '현장 중심 교육'이 실제 산업 문제해결로 이어진 사례다.

김 단장은 “지금은 기업에서 오히려 어려워 하는 기술을 대학에 전달하고 있다”며 “대학에서는 기업의 문제해결을 수행하고, 학생은 이를 통해 성과를 내고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선순환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조는 교육의 성격도 바꾸고 있다. 산업 현장의 데이터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형 학습'이 자리 잡으면서 학생들은 재학 중 다양한 현장 경험을 축적한다. 기업 전문가가 직접 프로젝트에 참여해 자문과 멘토링을 제공하는 점도 울산대 SW중심대학 산학협력의 특징이다.

성과도 뚜렷하다. 김 단장은 “산학협력 참여 기업 만족도는 93.7점으로 목표치를 크게 웃돌았고, 인력양성 성과 역시 목표 대비 118%를 달성했다”며 “기업은 SW중심대학과의 협력을 형식적 관계가 아닌 실질적으로 기업 현장에 도움이 되는 동반관계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기업뿐 아니라 지역 중소기업도 SW중심대학 사업단과의 산학협력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울산대 SW중심대학 사업단 산학협력 캡스톤디자인 시행 및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했다. (사진=울산대 SW중심대학 사업단)
지난해 울산대 SW중심대학 사업단 산학협력 캡스톤디자인 시행 및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했다. (사진=울산대 SW중심대학 사업단)

대학과 기업의 협력이 왜 중요할까. 울산은 지역 내 3개 산업단지가 노후 거점 산업단지로 지정될 정도로 산업구조의 디지털 전환이 시급한 상황이다. 김 단장은 “그러나 지역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 SW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 기업과 대학의 협력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SW중심대학은 대학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SW 교육혁신을 위해 제도적 기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기업은 현장 문제를 해결할 인재를 필요로 한다.

무엇보다 산학협력 프로젝트 참여가 일상화되며 학생들은 재학 중 실제 기업의 기술 과제를 수행하는 경험을 쌓고 있다. 지난해에는 4건의 R&D 프로젝트에 24명의 학부생이 참여해 AI 기반 배관 모니터링, AR 인터페이스 등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직접 개발했다. 산학협력프로젝트 캡스톤디자인과 R&D 과정에는 총 166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기업 전문가 자문을 받고 실무형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시장성을 갖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김 단장은 “기업과 연계한 프로젝트와 인턴십이 확대되면서 학생들은 재학 중 산업 현장에서 실무 감각을 익히고, 기업 멘토를 통해 경력 로드맵을 구체화할 수 있게 됐다”며 “학생들의 취업 경쟁력 강화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올해 3월 개원한 인더스트리얼(Indestrial) AX 대학원 설립을 시작으로 사업단은 SW융합분야 인재 양성을 고도화하기 위한 목표를 실현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미래모빌리티AI, 자율운항해양 모빌리티, 조선해양스마트야드, 바이오메디컬AI 등 4개 융복합 전공트랙을 순차적으로 신설한다.

김 단장이 이끄는 울산대 SW중심대학의 청사진은 대학과 지역의 동반 성장이다. 그는 “울산이 AI 3대 강국 도약을 향한 여정에서 제조업 기반 피지컬 AI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면서 “지역 사업의 디지털·AI 전환을 지원하고,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SW중심대학 혁신모델을 구현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