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환 변호사의 IT법] 〈7〉시각장애인 웹 접근성 보장과 기업의 법적 책임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

최근 대법원은 시각장애인이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할 때 겪는 정보 접근성 제약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판결을 내놓았다. 바로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가 웹사이트 내 이미지 등 비텍스트 콘텐츠에 대해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지 않은 행위를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로 명확히 인정한 판결(대법원 2026. 3. 12. 선고 2023다255130 판결)이다.

본 사건의 원고들은 장애의 정도가 심한 시각장애인들로, 대형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피고가 상품 정보나 광고 이미지 등에 대해 음성으로 읽어줄 수 있는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지 않아 쇼핑몰 이용에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시정 조치와 위자료를 청구했다.

핵심 쟁점은 세 가지다. 첫째, 대체 텍스트 미제공이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간접차별'에 해당하는지 여부. 둘째, 사기업인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가 국가기관 수준의 웹 접근성 준수 의무를 지는지 여부. 셋째, 차별행위가 인정될 경우 법원이 명할 수 있는 '적극적 조치'의 범위와 손해배상 책임의 성립 여부다.

대법원은 우선 특정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행위가 정당한 편의제공 거부(제4조 제1항 제3호)에 해당함과 동시에,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기준을 적용하여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간접차별'(제2호)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즉, 형식적으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동일한 웹사이트를 제공했더라도, 시각장애인에게 필수적인 대체 텍스트를 누락했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장애인을 차별한 것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사기업의 의무 수준이다. 대법원은 '지능정보화 기본법' 등이 국가기관에 대해 대체 텍스트 제공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접근·이용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사기업 역시 국가표준인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 등을 준용해 대체 텍스트를 제공해야 한다고 봤다. 이로써 대체 텍스트 제공은 단순한 권고 사항이 아니라 법적 의무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은 피고에게 6개월 이내에 화면낭독기를 통해 인식 가능한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라는 '적극적 조치' 판결을 확정했다. 다만, 위자료 청구에 대해서는 피고가 그간의 노력을 통해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증명했다는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며 기각했다.

이번 판결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 장애인의 '디지털 생존권'을 사법부가 적극적으로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그간 모호했던 '정당한 편의'의 범위를 국가표준 지침과 연계하여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법적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향후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첫째, 웹 접근성 표준 준수의 일상화다. 이제 온라인 플랫폼 운영자는 웹사이트 설계 단계부터 대체 텍스트 등 접근성 요소를 필수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둘째,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차별의 '정당한 사유'(과도한 부담 등)나 '고의·과실 없음'에 대한 입증책임을 기업에 지우고 있다. 따라서 접근성 개선을 위한 예산 편성, 외부 컨설팅 수행, 단계적 개선 이력 등을 체계적으로 기록해 두는 것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방어권을 행사하는 핵심이 될 것이다.

'누구든지 신체적·기술적 여건과 관계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시는 기술의 발전이 누군가에게는 장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보편적 가치를 일깨워 주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당장의 재정적 부담이 느껴질 수 있으나, 이는 디지털 포용을 전제로 하는 '배리어 프리(Barrier-free)'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투자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