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한 여성이 사형 집행 보름을 남겨둔 미국 사형수와 결혼해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ITV 프로그램 '디스 모닝'에 출연한 티아나 크라스니키(31·여)는 현재 살인 혐의로 미국 교도소에 복역 중인 제임스 브로드낙스(37·남)와 결혼하기 위해 미국 텍사스주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텍사스 교정국에 따르면 브로드낙스는 지난 2008년 19세 나이로 자기 사촌과 함께 성인 남성 두 명을 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형수다.
브로드낙스는 이달 30일, 최고 보안 등급 교도소인 텍사스주 헌츠빌 교도소에서 약물 주사형으로 사형 집행이 예정돼 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현지 시간으로 14일 결혼을 올렸다. 결혼식은 교도소의 엄격한 통제 아래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 신체 접촉도 허용되지 않은 상태로 20분간 짧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크라스니키는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아무에게도 연락을 받지 못했지만, 괜찮다. 충분히 이해한다.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아무도 이해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24년 처음 만났다. 당시 크라스니키는 미국 사법 제도의 인종 불평등성을 조사하던 중 복역 중인 브로드낙스에게 연락했고, 이메일과 통화를 통해 감정을 키워나갔다고 한다. 두 사람은 만난 지 2~3개월만에 약혼을 올렸다.
크라스니키는 브로드낙스에 대해 “매우 똑똑하고, 말솜씨가 좋고, 예의 바른 사람”이라며 소개하며 “매일 6~7시간씩 통화하다 보니 그의 성격을 알게 됐고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다. 믿기 어렵겠지만, 그에게도 도덕적인 기준이 있다”고 대변했다.
크라스니키는 브로드낙스가 무죄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흉기와 피해자의 옷에서 나온 DNA가 브로드낙스와 일치하지 않고, 공범으로 지목된 사촌 데마리우스 커밍스와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종신형으로 복역 중인 드라미우스는 최근 진술에서 자신의 단독 범행이라고 자백했다.
또한 브로드낙스의 최초 자백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크라스니키는 “그는 조사 당시 PCP(펜시클리딘)에 취해 있었다”며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자신이 하지 않은 일에 대해 거의 모든 책임을 졌다”고 주장했다. PCP는 환각 효과를 일으키는 마약류(향정신성의약품)다.
크라스니키는 재판이 불평등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판사는 마지막 순간까지 아프리카계 미국인 배심원을 모두 배제했다. 이건 미국 헌법 수정 제14조의 평등보호 조항을 위반한다”며 “또한 검찰은 브로드낙스가 쓴 랩 가사를 왜곡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반발했다.
한 차례 항소가 기각됐지만, 크라스니키는 사형을 막기 위한 새로운 항소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증거가 너무나 명백해서 그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브로드낙스 사건은 검찰이 랩 가사를 재판에 사용했다는 점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그가 쓴 랩 가사 40여 페이지를 배심원들에게 읽어주며 “교화 불가능한 냉혈 살인마”라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 킬러 마이크, 트래비스 스콧 등 유명래퍼들과 인권단체들이 '예술 작품을 범죄 증거로 쓰는 것은 위헌'이라며 사형 집행 탄원을 내기도 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