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차세대 반도체 기판 시장 공략을 위해 '공동패키징광학(CPO)' 기술 확보에 뛰어들었다.
CPO는 전기 신호를 빛으로 바꿔 반도체 칩 성능을 극대화하는 첨단 패키징 기술로 양사는 반도체 기판에 이를 적용할 방침이다. 고속·저전력 등 다양한 특성으로 인공지능(AI) 시장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 CPO 기판 기술 경쟁이 본격화됐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AI 반도체 기판에 CPO 기술 적용을 위한 작업을 본격화했다. 단순 검토나 구상을 넘어 선행 기술 개발을 시작했으며, 기판에 CPO를 구현할 일부 부품의 시제품 평가에도 돌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양사 모두 빛 신호를 주고받는 경로인 광 도파로 등 부품 샘플 테스트를 실시했다”며 “아직 초기 단계지만 본격적인 CPO 기술 확보에 나선 것”이라고 전했다.
CPO는 기존 구리 선으로 전기 신호를 전달했던 반도체 및 기판 구조와 달리 이를 빛으로 전환해 전송하는 기술이다. 마치 반도체 칩 패키지 안에서 광 통신을 하는 것과 유사하다. 반도체 기본이 되는 실리콘과 광(光) 기술을 융합, '실리콘 포토닉스'라고도 불린다.
CPO가 주목받는 건 AI 때문이다. AI 확산으로 핵심 인프라인 AI 반도체 칩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그러나 기존 구조로는 발열로 인한 전력 소모가 심하다. 또 전기 신호 특성상 연결 거리가 길면 신호 처리 속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CPO는 전기 신호를 빛 신호로 전환한 뒤 광 케이블과 광 도파로 등으로 연결, 기존 전기 신호 전달 방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엔비디아·브로드컴·마벨 등이 AI 반도체 칩에 CPO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CPO를 적용한 AI 반도체 칩을 패키징하는 공정은 TSMC와 삼성전자 등이 준비 중이다. TSMC는 올해, 삼성전자는 2028년 각각 양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역할은 CPO를 구현할 반도체 기판 제조다. 최종 반도체 패키지 완제품에서 CPO가 구현될 수 있도록 각종 부품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광 전환 스위치, 송수신기(트랜시버)·광 연결 부품(케이블 및 도파로) 등이 핵심 구성 요소다.
삼성전기 경우 최근 MLCC 등 반도체 기판 위에 필수 탑재되는 수동소자들을 기판 내부에 집어넣는 임베디드 기판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CPO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도 보고 있다. 기판 위 공간을 추가 확보, CPO 부품을 탑재하려는 조처라는 의미다.
LG이노텍은 문혁수 사장이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CPO 개발을 시사한 바 있다. 당시 검토 수준이라고 언급했지만, 실제 기술 개발에 착수하며 본격적인 사업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해외 대비 한국에서는 CPO 상용화 속도가 느린 편으로 평가된다”며 “기판은 CPO 내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할 요소이기 때문에 신속한 시장 선점을 위해 속도전을 전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