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플랫폼 기업 에이치에너지가 태양광 설계·인허가·운영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 '헬리오스(Helios)'를 공개했다. 단순 태양광 설치·운영 기업이 아니라, 전국에 흩어진 지붕 자산을 연결해 누구나 에너지 생산과 수익 분배에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에이치에너지는 최근 벤처기업협회 주관 '기술혁신 기업 PR 데이'에서 AI 에이전트 헬리오스를 전격 공개하고, 올해 플랫폼 매출 1600억원 돌파를 목표로 제시했다. 회사는 내년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헬리오스는 지붕 태양광의 부지 선정부터 설계, 인허가, 운영, 거래까지 밸류체인 전 과정을 AI가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핵심 엔진인 '패스파인더(Pathfinder)'는 건물 주소만 입력하면 위성사진을 기반으로 방향과 음영, 지붕 구조 등을 분석해 최적의 설계를 도출한다. 기존 2~3시간 이상 걸리던 작업을 수분 이내로 줄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설계 이후 인허가 단계도 AI가 맡는다. '시냅스(Synapse)'는 지자체별로 다른 양식의 서류를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으로 인식해 기관별 맞춤형 문서를 자동 생성한다. 전문 인력 의존도가 높았던 행정 절차를 당일 처리 가능한 수준으로 단축해, 지역 시공사들이 설계·행정 부담보다 시공 품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에이치에너지는 발전소 준공 이후 운영 단계에서도 AI 기반 자동화를 확대하고 있다. 회사는 현재 전국 5500여개소, 700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AI 기반 자산관리 플랫폼 '솔라온케어'로 운영 중이다. 인버터 전압·전류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정상과 이상 징후를 90.9% 정확도로 분류하고, 실제 발전 데이터만으로 패널의 방향과 각도를 역추정해 설계 도면이 없는 발전소의 이상 여부도 진단한다.
실제 성과도 제시했다. 회사에 따르면 시공 과정에서 발생한 전선 연결 오류를 수백㎞ 떨어진 곳에서 하루 만에 원격 탐지했다. 또 경북의 한 발전소는 AI 분석에 따라 스트링 결선을 변경한 뒤 일사량이 전년보다 줄었음에도 발전 효율이 7.55% 개선됐다.
에이치에너지는 AI로 축적한 운영 데이터를 발전소 자산 평가에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다음 달 발표 예정인 '솔라온케어 지수(SoCI)'는 발전소의 입지·설계 기반 성능과 실시간 운영 데이터 기반 건강 상태를 종합해 100점 만점으로 평가하는 지표다. 향후 발전소 인수·거래 시 자산 가치 판단 기준으로 활용하는 것이 목표다.
함일한 대표는 “축구선수가 입단 전 메디컬 테스트를 하듯, 앞으로는 발전소도 SoCI를 통해 자산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받으며, 이를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발전 설비 판매가 아니라 투자·생산·운영·소비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투자 플랫폼 '모햇'을 통해 전국 유휴 지붕에 태양광 발전소를 구축하고, '솔라온케어'로 운영하며, '솔라쉐어바로'를 통해 기업이 전기를 직접 구독하는 구조다. 현재 모햇 누적 참여금은 4719억원, 회원 수는 22만5798명에 달한다.
특히 작년부터는 B2B 영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향후 매출 구조를 B2B와 B2C 비중 70대 30으로 재편해 기업용 에너지 구독과 SaaS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SaaS 영역은 지난해부터 두 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에이치에너지는 분산형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망 부담과 실시간 입찰시장 전환에도 대응하고 있다. POSTECH 연구진과 8년간 협력해 가상발전소(VPP) 입찰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이를 통해 VPP 운영 수익을 20~40% 높였다고 밝혔다.
함 대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일시적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되면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며 “한국은 땅과 송전선로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전국에 흩어진 지붕 자원을 모으면 충분한 재생에너지 공급 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에이치에너지는 기존의 태양광 시장을 따라가는 회사가 아니라, 지붕 태양광과 소규모 분산자원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기업”이라며 “석유 재벌이 될 수는 없더라도 누구나 에너지 자산을 소유하고, 거래하고, 수익을 나눌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