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산업 핵심 수동소자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비롯해 글로벌 전자 소자·부품 공급망에 비상이 걸렸다. 인공지능(AI) 서버와 전장(Automotive) 수요가 폭증하면서 주요 제조사들의 납기(리드타임) 지연이 잇따르고 있다. 이로 인한 가격 인상 압박도 가시화됐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MLCC 시장 점유율 1위 일본 무라타는 최근 특정 제품군에 대해 '통제된 주문 입력(Controlled Order Entry)' 체제에 돌입했다.
통제된 주문 입력은 공급 부족 상황에서 제조사가 주문 접수를 제한 통제하는 공급관리 기법이다. 신규 주문이나 과도한 증량 주문을 자동 승인하지 않고 제조사 검토 후 승인한다. 이에 따라 해당 제품의 리드타임은 20~24주까지 늘어난 상태다.
또 다른 일본 제조사인 TDK는 '심각한 물량 배정 제한(Severe Allocation)'을 실시하며 22~24주 납기를 기록 중이다.
국내 선두 주자인 삼성전기 역시 최근 고사양 및 자동차용 제품을 중심으로 리드타임이 20~24주까지 늘어났다. 교세라AVX 등 전장 특화 MLCC 기업의 일부 제품은 품절(Sold Out)에 가까운 상태로, 특수 제품의 경우 최대 30주까지 대기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망 불안의 핵심 원인은 수요 폭증과 공급 확대 지연의 구조적 불균형이다. MLCC는 전자제품 회로에 댐과 같이 전류를 저장했다가 일정하게 흐르도록 조절하는 부품이다. AI 서버 한 대는 일반 서버보다 10~20배 이상 많은 고용량 MLCC를 사용한다. 전력 공급 회로에서 전압 안정화와 노이즈 제거를 위해 고용량·고신뢰성 MLCC가 대량으로 투입된다.
생산라인 증설도 쉽지 않다. 통상 MLCC 생산라인 증설은 18~24개월 이상 소요된다. 복잡한 적층 공정과 긴 품질 인증 주기 때문에 단기간에 공급을 늘리기 어렵다.
다른 수동소자도 비슷한 상황이다. MLCC를 대체하는 부품인 탄탈륨콘덴서 역시 상당수 제품이 물량 배정 제한 상태다. 파나소닉 등 제조사들은 가격을 15~30% 인상했다. MLCC와 함께 대량 투입되는 칩저항(Resistors), 인덕터(Inductors) 등도 리드 타임이 8~16주로 증가했다.
고성능 아날로그·파워 반도체(High End) 공급망도 압박이 커지고 있다. 모터 드라이버나 게이트 드라이버의 경우 리드타임이 26~28주까지 늘어났고, 고전력 제품을 중심으로 물량 배정 제한과 가격 인상이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 소자 전반으로 리드타임이 증가하고 있어, 공급망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체 채널 확보와 장기 계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