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잘 팔리는 K뷰티에서 다시 찾는 K뷰티로

K뷰티의 질문은 이제 '얼마나 팔리나'에서 '다시 선택될 수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수출 성장과 시장 다변화는 이미 확인된 성과다. 5월 발표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25년 화장품 생산 수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화장품 수출은 114억달러 규모로 확대됐다. 수출 대상국도 200개국 이상으로 넓어졌다. 이제 K뷰티는 특정 지역의 유행 상품이 아니라 세계 거의 모든 시장에서 동시에 경쟁하는 글로벌 소비재 산업이 됐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는 것과 현지 소비자의 생활 속에 남는 것은 다른 문제다. K뷰티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시장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각 시장의 소비자가 무엇을 신뢰하고, 어떤 방식으로 제품을 이해하며, 어떤 과정 안에서 다시 선택하는 지를 해석하는 능력이 중요해지는 과정에 있다.

미국과 일본 시장만 보더라도 소비자의 언어는 다르다. 미국 시장에서는 스킨케어 중심 브랜드의 확장이 두드러진다. 미국 소비자는 성분, 사용 전후의 변화, 리뷰, 루틴 콘텐츠를 통해 효능을 확인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에서는 색조 브랜드가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일본 소비자들은 색감, 사용감, 트렌드 감도, 매장 경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같은 K뷰티라도 시장마다 주목받는 이유가 다른 것이다. 이러한 현상만 보더라도 하나의 성공 방정식을 여러 나라에 복제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전략을 결정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아마존과 틱톡,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은 K뷰티의 진입로를 넓혔다. 과거에는 대형 유통망과 막대한 광고비가 글로벌 브랜드의 조건이었다면, 지금은 인디 브랜드도 제품력과 메시지가 분명하면 빠르게 해외 소비자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플랫폼이 만든 기회는 동시에 새로운 한계를 낳는다. 발견이 쉬워진 만큼 비교도 쉽다. 하나의 성분, 하나의 제형, 하나의 콘셉트가 주목받으면 유사한 제품과 메시지가 빠르게 늘어난다. 소비자는 보다 많은 선택지 속에서 보다 빨리 이동하게 된 것이다.

이제 K뷰티 마케팅은 '알리는 마케팅'에서 '이해시키는 마케팅'으로 확장돼야 한다. 제품을 많이 알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제품의 가치를 자기 언어로 이해하게 만드는 일이다.

같은 제품이라도 소비자가 신뢰하는 정보와 구매를 결정하는 기준은 시장마다 다르다. 미국 소비자에게는 효능과 근거, 리뷰와 루틴이 중요하지만, 일본 소비자에게는 사용감과 감도, 매장 내 발견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유럽과 중동 시장에서는 성분, 인증, 안전성, 브랜드 신뢰가 더 큰 기준이 될 수 있다. 시장별 언어를 해석하지 못하면 좋은 제품력도 충분히 전달될 수가 없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발표한 'K-뷰티 수출 성과 제고 및 확산 방안'에는 수출 확대 목표와 함께 온오프라인 현지 마케팅, 안전·품질 대책, 중소기업 수출 지원이 포함됐다. 정책의 초점 역시 수출 규모 확대만이 아니라 현지에서 오래 팔릴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소비자가 반복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품질 신뢰, 현지 접점, 서비스 구조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데 공감한 것이다.

K뷰티 글로벌 2강 도약 4대 추진전략 및 추진방향 -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K뷰티 글로벌 2강 도약 4대 추진전략 및 추진방향 -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소비자가 제품의 가치를 이해해야 효과가 전달되는 제품군에서는 이 과제가 더욱 분명해진다. 특히 뷰티 디바이스는 체험, 교육, 서비스가 함께 작동해야 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민텔(Mintel)은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서 신뢰, 효능 입증, 교육이 '신중한 소비자'를 전환시키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디바이스는 단순히 진열해 놓는다고 가치가 전달되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왜 써야 하는지, 어떻게 써야 하는지, 어떤 피부 고민과 루틴에 연결되는지를 소비자가 이해해야 한다. 오프라인 체험, 판매 직원 교육, 사용법 콘텐츠, 사후 서비스 등을 연결시켜야, 일회성 구매를 넘어 반복 사용의 이유를 갖게 만들 수가 있다.

오프라인 채널 역시 제품을 파는 장소를 넘어, 현지 소비자가 브랜드의 사용법을 배우는 장소가 돼야 한다. K뷰티의 고객체험형 매장을 다룬 한 연구는 옴니채널 전략, 맞춤형 서비스, 디지털 기술, 감성 브랜딩이 고객 경험을 구성하고 브랜드 호감과 충성도를 높이는 실행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낯선 브랜드일수록 소비자가 직접 보고 설명을 들으면서 사용 장면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올리브영의 미국 온오프라인 진출도 이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K뷰티를 한곳에 모아 보여주는 매장은 단순한 판매 채널이 아니라 현지 소비자가 제품을 발견하고 비교하고 이해하는 체험의 장의 역할을 한다.

온라인에서 발견하고 매장에서 이해하고 집에서 사용하는 흐름이 연결될 때 K뷰티는 현지 소비자의 생활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결국 앞으로 K뷰티의 경쟁력은 더 빠른 출시나 더 큰 바이럴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것이다. 제품력, 콘텐츠, 유통, 교육, 서비스가 하나의 흐름으로 맞물릴 때 지속 가능한 브랜드 경쟁력이 만들어진다. 지금까지 K뷰티의 강점이 빠른 실행과 높은 제품 완성도였다면, 앞으로의 과제는 그 강점을 각 시장의 소비자 언어로 번역하고 삶에 가져다 놓는 일이다.

K뷰티는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단계를 넘어, 새로운 경쟁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한 번 선택받는 브랜드가 아니라 다시 찾게 되는 브랜드를 만드는 일이다. 각 시장의 소비자가 무엇을 믿고 어떻게 이해하며, 어떤 경험 속에서 반복하는지를 읽어내는 뷰티 브랜드만이 글로벌 소비자의 꾸준한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양정호 앳홈 대표 athome@athomecorp.com

양정호 앳홈 대표
양정호 앳홈 대표

〈필자〉 양정호 대표는 2018년 고객의 숨겨진 생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앳홈(ATHOME)을 창업했다. 무자본으로 시작해 설립 7년 만에 연 매출 1000억 원대 규모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앳홈은 소형가전 브랜드 '미닉스(Minix)'와 프라이빗 에스테틱 브랜드 '톰(THOME)'을 중심으로, 디바이스 중심 소비재 브랜드 그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5년 대한민국 디자인경영대상 국무총리상과 대한민국 창업문화대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