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드라이브] 닛산 `GT-R`

[신차 드라이브] 닛산 `GT-R`

 한국닛산이 ‘닛산 테크놀로지 익스피리언스’ 행사를 화성 자동차 성능 연구소에서 진행하면서 ‘GT-R’도 시승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열었다. 행사에는 알티마의 스포티한 주행성능, 무라노와 로그의 뛰어난 안정성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세션도 함께 마련됐다. 두 가지 세션을 진행하는 동안 바깥 프루빙 그라운드에서 전투기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는 GT-R에 자꾸만 마음이 향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드디어 GT-R를 타 볼 수 있는 시간이 왔다. 시승은 인스트럭터가 운전하는 370Z의 뒤를 따라서 GT-R를 타고 프루빙 그라운드를 세 바퀴 도는 것이 전부였지만 일반도로가 아닌 프루빙 그라운드를 슈퍼카로 달려 보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GT-R의 도어는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처럼 도어 면에 숨어 있는 길쭉한 손잡이의 한쪽 끝을 눌러 반대쪽이 솟아오르도록 한 후 당겨서 여는 방식이다. 시트는 무척 두툼하고 근육이 잘 발달돼 있으며 거리와 각도 조절을 하나의 다이얼로 하는 전동 조절식이다. 센터페이서에는 GT-R의 성능 및 차량의 상태를 다양한 수치와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는 ‘다기능 디스플레이 시스템’과 변속 시간, 서스펜션 세팅, VDC 개입조건 등을 변환할 수 있는 ‘멀티 퍼포먼스 스위치’ 등이 화려하게 자리하고 있다. 자동차 게임기용으로 디자인된 듯한 스티어링 휠과 뭉툭한 기어레버는 GT-R가 얼마나 정교한 스포츠카일지 기대하게 만든다. 칼럼에는 좌우에 변속을 위한 시프트 패들이 달려 있다.

 앞서 달릴 370Z가 프루빙 그라운드로 완전히 진입한 것을 확인한 후, 기자의 GT-R도 급가속으로 본선에 진입했다. 강력한 터보엔진의 가속감은 역시 탁월하다. GT-R에는 V6 3.8리터 트윈터보 엔진이 얹혀 485마력의 최고출력과 60㎏·m의 최대토크를 뿜어낸다. 변속기는 듀얼 클러치 방식의 자동 6단이 적용됐고, 세계 최초 독립형 리어 트랜스액슬 아테사(ATTESA) E-TS 사륜구동 시스템이 더해져 고도의 안정적인 주행성을 제공하며, 터보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파워를 네 바퀴에 고르게 분산해주므로, 급출발을 해도 GT-R는 휠 스핀 없이 강렬하게 튀어나간다.

 처음에는 낮은 속도에서 시작해서 점차 속도를 높여 나갔다. 뱅크 아래쪽 차선을 시속 240㎞로 달릴 때도 그립의 안정감에는 전혀 의심이 들지 않았다. 절반 정도를 돈 후에 앞서가는 370Z와 간격을 벌렸다가 뱅크로 접어들면서 속도를 높였다. 뱅크 빠져 나올 때쯤 시속 240㎞를 넘었던 것으로 기억이 되며, 직선로가 끝나기 전 시속 284㎞를 기록했다.

 주행 여건이 서로 달라서 정확하게 비교할 수는 없지만, 많은 이들이 비교하고 싶어하는 포르셰 911 터보와 280㎞/h 전후 고속 영역에서 가속 성능을 대충 비교해 본다면, GT-R가 더 우월하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안정감은 비슷하거나 좀 더 나은 것 같았다. 사실 이때에 안정감이 낫다는 것은 좀 더 편안하다는 의미다. 911 터보의 휠베이스가 2350㎜인 반면에 GT-R는 2780㎜나 되니 그만큼 구조적으로 좀 더 안정적일 수 있는데다 닛산이 GT-R에 얼마나 정성을 들여 하체를 세팅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디자인이다. 슈퍼카는 매력적인 외모를 갖추어야 하지만 GT-R는 그렇게 섹시하다고 할 수는 없다. 반면에 닛산이 주장하는 ‘에브리데이 슈퍼카’로서의 GT-R는 과연 그 경쟁자를 찾을 수 없을 만큼 확고하면서도 강력하다. 300㎞/h를 훌쩍 넘기는 911 터보와 그렇지 못한 911 카레라 간에 확실한 차이가 있음을 아는 이들에게는 가격 경쟁력이 탁월한 GT-R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GT-R의 가격은 1억4900만원이다.

박기돈기자 nodikar@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