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마력에 최고 시속 360km! 재규어의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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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마력에 최고 시속 360km! 재규어의 파워

 도어를 열고 시트에 앉아 소리없이 뛰고 있는 짐승의 심장을 살짝 눌러주면 마침내 잠에서 깨어나면서 숨어 있던 변속기 다이얼이 솟아오른다. 여기까지는 기존 XF와 다들 바 없다. 다만, 그 심장이, 그리고 하체가 일반 재규어와는 다른 야생 재규어의 본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재규어 XFR은 여유와 파워를 함께 가진 진정한 야수의 모습을 담고 있다.

외관에서부터 XFR은 짐승의 모습을 조심스레 드러낸다. 범퍼 아래 크게 뚫려 있는 공기 흡입구에는 크롬 링을 두르고 검정색 그물망으로 막았다. 보닛 위에는 두 개의 공기 흡입구를 새로 뚫고 ‘SUPERCHARGED’라고 새겼다. 휠 하우스를 가득 채우는 트윈 7-스포크 네비스 20인치 대형 알로이 휠이 맹수의 발톱 마냥 날카롭다. 뒤범퍼 아래 좌우 배기구는 각각 두 개씩의 파이프를 뽑아냈다.

실내는 갈색 우드 그레인이 짙은 참나무 베니어로 바뀌고, 등받이 상단에 ‘R’로고가 새겨진 근육질의 스포츠 시트를 갖추었다. R로고는 실내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180도 회전하면서 열리는 통풍구, 센서에 의해 작동하는 글러브박스와 실내등, 버튼 사이의 푸른 배경 조명 등은 여전히 신선하고, 아이팟과 연동되는 강력하고 섬세한 B&W(Bowers & Wilkins) 오디오 역시 매력적이다.

XFR에는 기존 V8 4.2리터 수퍼차저 엔진 대신, 배기량을 5리터로 키우고, 첨단 6세대 트윈 보어텍스 시스템(TVS) 수퍼차저를 탑재하면서 직분사 시스템을 더한 강력한 최신형 엔진을 얹었다. 최고출력 510마력/6000∼6500vpm과 최대토크는 63.8㎏.m/2500∼5500vpm를 끌어냈다. 변속기는 전형적인 자동 6단에 시프트 패들을 더했다.

변속기 다이얼을 D로 옮긴 후 강하게 가속하면 60, 110, 170, 230㎞/h에서 각각 변속이 이뤄진다. 폭발적인 가속은 결국 5단 5800vpm 부근에서 계기판 상으로 약 264㎞/h 정도를 기록한 후 제한당하고 만다. 너무나 아쉽다. 도대체 이 제한을 풀면 얼마나 더 달릴 수 있을까?

지난해 1월 재규어는 XFR이 최고 속도 363.188㎞/h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재규어의 전설적인 스포츠카 XJ220을 능가하는 수치일 뿐 아니라, 엔초 페라리의 350㎞/h나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LP640의 340㎞/h보다 더 빠른 속도다.

0∼100㎞/h 가속에는 4.9초가 걸린다. 510마력으로 360㎞/h를 주파하는 XFR에 4.9초는 약간 기대에 못 미치는 느낌이다. 결과적으로는 초반 가속보다 중고속, 특히 200㎞/h를 지나면서 260㎞/h까지 이르는 과정이 더욱 강력하고 짜릿하다.

XFR의 승차감은 비교적 단단한 편이지만 M5 등과 비교하면 재규어다운 부드러움을 잃지 않고 있다. 이 부드러움은 초고속 영역에서조차도 안락함으로 다가온다. XFR에 새롭게 적용된 ‘어댑티브 다이내믹스’나 ‘액티브 디프렌셜 컨트롤’ 같은 전자 장비는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안락함을, 코너링에서는 언더 스티어나 오버 스티어를 효과적으로 제어해, 뛰어난 안정감과 역동성을 동시에 제공해 준다.

BMW M5, 메르세데스-벤츠 E63 AMG, 그리고 아우디 RS6가 이미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야생 초원에 이제 우아한 보디라인과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탁월한 빠름이 돋보이는 재규어 XFR이 당당히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박기돈기자 nodik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