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드라이브] ­지프 `랭글러 루비콘`

[신차 드라이브] ­지프 `랭글러 루비콘`

수퍼카만 드림카가 되라는 법은 없다. 여기 또 다른 영역에서 오랫동안 드림카로 군림해온 멋진 녀석이 있다. 정통 오프로드 브랜드, 짚(Jeep) 모델 중에서도 가장 완벽한 정통성을 가진 적자, 바로 랭글러 루비콘이다. 지난 2007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커진 차체에 디젤 엔진을 얹고, 롱 휠베이스의 4도어 모델까지 데리고 돌아왔다.

멀리서 보면 새로운 랭글러 루비콘은 외관에서 변한 곳이 없는 듯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훌쩍 커졌다. 하지만, 휠베이스가 2420㎜인 숏 휠베이스 모델이다 보니 길이는 4160㎜에 불과하다. 다만, 폭은 벤츠 S클래스보다 넓다. 큰 키와 함께 가장 놀랍게 다가오는 부분은 엄청 높은 지상고다. 시트포지션이 높아 시야 확보는 확실하지만 차체에 비해 바깥으로 많이 돌출된 펜더 덕분에 차 폭을 가늠하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따른다.

스타일은 동그란 헤드램프, 폭포수 그릴, 플라스틱 범퍼. 거친 타이어, 완전히 각진 차체 등, 오랫동안 봐 왔던 랭글러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도어나 지붕은 모두 뜯어내기 쉬운 구조로 되어 있다. 도어 떼 내고, 지붕 떼 내고, 앞 유리창 눕히면, 2차 대전 때 전장을 누볐던 윌리스 지프의 터프한 모습으로 변신한다.

실내는 커진 차체만큼이나 넓어졌지만 여전히 간단하고, 호흡이 거칠다. 바닥은 물청소가 가능하도록 했고, 시트도 관리가 쉬운 투톤 직물로 마감했다. 2열 공간이 넓은 데다, 아예 4도어 랭글러도 준비되어 있으니 이제 랭글러를 패밀리 SUV로 사용하는 데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다. 탑은 탈착식이다. 실내에서 잠금 레버를 풀면 쉽게 분리가 된다.

엔진은 직렬 4기통 2.8CRD로 초기형 커먼레일 디젤에서 개량된 피에조 인젝터 방식의 2010년 형이다. 최고출력 177마력과 최대토크 40.8㎏.m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오토 스틱 자동 5단이다. 기어 레버를 좌우로 밀면서 수동처럼 변속할 수 있다. 구동 방식은 파트 타임 4WD로, 평소에는 2륜 구동(2H)으로 주행하고, 주행 중 4륜 하이(4H) 모드로 전환이 가능하다. 하지만 4륜 로(4L)모드로 전환 하려면 차를 세우고 기어를 중립(N)에 넣은 후 전환해줘야 한다.

시동을 걸면 최신 디젤 엔진인데도 기대보다 시끄럽고 진동도 어느 정도 크게 느껴진다. 출발 거동도 요즘 디젤 차량과는 달리 살짝 굼뜨게 움직인다. 하지만, 엑셀을 끝까지 밟으면 기대 이상으로 밀어주는 힘이 좋다. 가속도 잘 이어져 5단 3800vpm 부근에서 180㎞/h에 살짝 못 미치는 속도까지 이른다. 키가 크고 바람의 저항을 온몸으로 받는데도 고속도로에서의 직진 안정성이 상당히 좋다. 주행 감각은 상당히 딱딱한 편이다. 공인 연비는 9.6㎞/ℓ로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차체 중량과 공기 저항 때문에 요즘 나오는 동급 디젤 엔진을 생각하면 결코 좋다고는 할 수 없다.

랭글러는 역시 오프로드를 달려야 제 맛이다. 지상고가 높아 쉽게 배가 닿지 않으니 웬만한 곳은 부담없이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앞과 뒤 디프렌셜을 선택적으로 잠글 수 있는 액슬 락 기능이 있어, 앞 뒤 디프렌셜을 모두 고정하면 강력한 견인력을 발휘한다. 차체가 심하게 기울어지면 스웨이바를 분리시켜 바퀴를 접지시킬 수 있는 스웨이바 분리 기능도 갖추었다. 이 정도면 순정 상태에서도 거의 괴물에 가까운 오프로드 성능을 확보했다고 봐야 하겠다. 최고 수준의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에, 넉넉해진 차체와 보다 실용적인 성능을 갖춘 랭글러의 가치가 더욱 빛난다.

박기돈기자 nodikar@rp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