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 중소기업과 출연연은 동반성장의 길을 간다

[리더스포럼] 중소기업과 출연연은 동반성장의 길을 간다

 출연연에 몸담고 있는 필자는 연구개발이나 기술사업화 과정에서 중소기업과 협력할 일이 많다보니 중소기업인들과 모임도 잦은 편이다. 만날 때마다 동반성장을 위해 수많은 주제들이 오고간다. 그리고 모임은 항상 서로를 격려하는 건배사로 마무리된다.

 2010년을 돌이켜 보면 ETRI가 중소기업과 함께 수행한 공동연구만 하더라도 395건이다. 개발한 기술 중 95%는 다시 중소기업에 이전된다. 그 외에도 수천 건의 시험지원, 장비지원, 애로기술지원 등이 매일같이 이루어진다. ETRI는 그동안 연구개발과 기술사업화라는 두 축을 위해 중소기업과 협력해 오고 있다. IT생태계 관점에서 본다면 분명 동반자인 셈이다.

 이제 중소기업은 ETRI에게 단순히 함께하는 파트너가 아닌 동반자로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진일보한 새로운 토대를 구축하고자 한다.

 첫째, 갑(甲)과 을(乙)의 관계가 아닌 동등한 위치에서 공동파트너십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흔히 ‘형식이 내용을 규정한다’는 말도 있듯이 관계성의 변화는 참여자들의 마음가짐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출연연과 중소기업 협력의 대상이 연구개발과제라면 연구기관이 주관기관이 되고 중소기업이 참여기관으로 공동연구에 참여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중소기업-출연연 공동 주관 사업’으로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보는 것이다. 물론 출연연이 수행하는 모든 과제가 이 방식대로 수행될 수는 없겠지만 이같이 점진적으로 협력의 틀을 바꿈으로 인해 성과배분의 틀도 개선되는 이중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둘째, 협력의 기획단계에서부터 실행, 성과 확산 및 재투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 속에 중소기업과의 화학적 결합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출연연과 중소기업의 협력 형태는 화학적 결합이라기보다는 물리적 결합방식에 가깝다. 그만큼 연결고리가 약하고 성공과 실패도 더 쉽게 기관별로 분리된다. 공동연구의 경우만 보더라도 함께 연구하기 보다는 역할을 구분하여 각자 맡은 업무를 수행하기 바빴고, 사업화는 기업의 몫으로 남겨진다.

 ETRI가 최초로 연구원을 기업현장에 파견시켜 이전기술의 사업화를 추진하는 ‘상용화현장지원제도’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기존의 관념을 깨고 중소기업의 성공적인 기술사업화를 위해 발벗고 현장속으로 나선 것이다.

 셋째, 바람직한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출연연과 중소기업 간의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소통을 보면 일회적이거나 단기적일 때가 많다. 산업의 융복합화, 기술의 복잡성 증대, 글로벌 경쟁의 심화와 같은 외부 환경 변화들이 한결같이 지속적인 소통과 역량의 결합을 요구하고 있다.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중소기업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작년부터 지식경제부가 중소기업의 고급인력난 해소를 위해 출연연의 연구 인력들을 3년간 중소기업에 파견하는 기술인재지원사업을 마련하였다. 이 제도는 외부 변화에 민감한 중소기업들이 실시간으로 출연연의 연구원들과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다.

 공동파트너십, 화학적 결합,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진다면 전국의 모든 중소기업이 바로 출연연의 연구실험실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 그때가 되면 출연연과 중소기업은 함께 길을 걷는 도반(道伴)이 될 것이다.

 김흥남 ETRI 원장 hnkim@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