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ICT를 통한 일자리 창출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는 장기침체 국면에 진입했다. 선진국 경제침체는 우리나라 수출 감소로 이어지고 경제성장 둔화로 나타난다. 심각한 국내 고용, 특히 청년실업 문제는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리더스포럼]ICT를 통한 일자리 창출

정치권은 대선 표심을 잡기 위한 정책 공약과 집권 후 국정운영 방향을 구상하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청년들에게 적합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우리 대기업은 철강·석유화학·조선·자동차·반도체 등 제조업 분야에서 양호한 수출실적을 올리며 높은 생산성과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비용절감 때문에 더는 새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한 채 `고용 없는 성장`과 `소득 양극화` 주범으로 비난받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정부가 관심을 집중한 성장동력산업은 석유화학·자동차·조선 등 규모의 경제에 근접해 신규고용 창출효과가 미미한 제조업 분야가 대다수다. 또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실질적으로 창출할 때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바이오·그린·우주항공 등 고기술산업 분야다.

우리가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는 분야는 소프트웨어(SW)와 콘텐츠 중심의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이다. 한국은행 산업연관표의 고용유발계수를 보면 석유화학은 1.2~3.3이고 반도체 4.9, 조선 6.0, 의약품 6.1, 자동차 7.2다. SW가 포함된 컴퓨터 관련 서비스는 12.1이다. 주요 제조업 분야보다 월등히 높다. SW와 콘텐츠는 혁신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해 일자리를 만든다. 다른 산업에 기술이 활용되면서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무형의 인프라 기능도 수행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통신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도 SW와 콘텐츠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다. 기기와 네트워크 분야 대기업은 조세감면 등 다양한 혜택을 받았지만 SW와 콘텐츠 부문 중소기업은 이렇다 할 정부지원을 받지 못했다.

세계시장에서 한국 SW와 콘텐츠가 차지하는 위상은 낮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우리나라는 소수지만 우수한 SW 콘텐츠 개발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단말 등 하드웨어와 유무선 통신 인프라와 함께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도 있다.

최근 ICT 생태계 형성과 ICT 기반 국가 혁신을 위한 정부조직 개편 논의가 활발하다. ICT 전담부처가 신설되면 SW와 콘텐츠 산업 역량을 제고해 기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네트워크와 기기 부문 간 선순환 ICT 생태계를 구현할 것이다. 사회 각 부문에 ICT 혁신 기반을 제공하고 새 서비스와 시장을 창출해 디지털 네이티브인 청년층이 희구하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dong@kis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