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네트워크 패러다임의 변화와 대응

정보기술(IT) 업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빅데이터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각종 서비스와 관련 산업이 IT융합 환경 아래 창조경제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이슈로 부상했다.

[리더스포럼]네트워크 패러다임의 변화와 대응

최근 글로벌 기업이 앞다퉈 빅데이터 전략을 발표하는 것도 떠오르는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빅데이터를 어떻게 비즈니스에 활용해 대외 경쟁력을 갖춰 나가느냐가 기업의 운명을 가를 수 중요한 시점에 직면했다. 향후 발생 가능한 각종 이슈에 대해 체계적인 대응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

빅데이터가 본격화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보면 네트워크 트래픽 이슈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가 우선 필요하다.

일례로 국내 통신사업자의 스마트TV에 대한 인터넷 접속 차단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적이 있다. 스마트TV가 고화질 동영상 콘텐츠나 게임과 같은 대용량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사용하기 때문에 대규모 트래픽을 발생시킨다는 이유에서였다. 다행히 정부 중재로 인터넷 접속 제한 조치를 해제하고 사업자 간 자율 협의체를 구성한다는데 합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문제는 네트워크의 트래픽 이슈가 또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빅데이터 시대에는 대용량 트래픽을 유발하는 주체가 스마트TV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정보의 행태 변화와 단말 수 증가를 고려하면 다가오는 빅데이터 사회에서는 데이터 생산량이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 시장분석기관인 IDC는 2009년 세계 데이터양이 0.8ZB(제타 바이트)였던 것이 2020년 되면 44배 증가한 약 35ZB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1ZB의 정보량은 1015MB규모다. 바야흐로 빅데이터에 의한 `정보 폭발(information explosion) 시대`라 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정보 폭발의 주된 요인이 과거 문자나 음성정보가 아니라 영상정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빅데이터에 따른 네트워크 트래픽을 해결하기 위해, 예전과 같이 단순히 네트워크 용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을까.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투자대비 수익성이 매우 비효율적으로 보인다. 네트워크 용량을 계속해서 늘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현재와 같이 단순히 대용량 트래픽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빅데이터의 영상 정보를 보다 지능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기술의 적용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고려될 사항이 바로 미래창조과학부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기가코리아`의 조속한 추진이다. 네트워크 패러다임의 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가코리아는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CPND) 모두 기가급으로 발전하자는 프로젝트이기에 대용량 트래픽 해결을 위해선 반드시 기가급 인터넷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요즘 기업의 효율적인 경영과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을 위해 빅데이터 분석기술과 대용량 스토리지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맞는 얘기다. 그러나 빅데이터 시대에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극대화하려면 빅데이터 활용기술 못지않게 새로운 패러다임의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술 개발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건강한 체력을 위해서는 상체 못지않게 하체가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창조경제의 토대를 굳건히 다지기 위해서는 건강한 `인프라`를 만드는 일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hnkim@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