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미·중 시대의 한국 ICT의 전략적 입장

미국과 중국의 G2 시대가 열리면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도 양국 간 패권 경쟁이 진행 중이다.

중국은 세계 정보통신 제품 생산기지에서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 연구개발과 신기술 혁신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은 거대한 내수기반을 바탕으로 PC·TV·휴대폰 등의 생산능력과 세계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키우고 있고, LTE-TDD 등 4G와 차세대 5G 이동통신 기술개발과 표준 선점을 위해 잰걸음으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은 실리콘밸리의 혁신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SW)·플랫폼·보안 등 기술적 경쟁력과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영화·방송프로그램·게임 등 킬러콘텐츠 시장에서 절대 강자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앱·인터넷 기반의 다양한 혁신적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리더스포럼]미·중 시대의 한국 ICT의 전략적 입장

인터넷과 사이버 공간에서 미국의 기술·산업적 지배력은 유지되고 있으나 중국은 거대한 시장과 이용자 규모, 중국 중심의 ICT 진흥과 규제 정책을 바탕으로 사이버공간에서 미국중심 체제에 강하게 도전하고 있다. 지난 6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사이버안보 주제에서 치열하게 공방을 하면서도 국제규범이나 제도를 마련하는 데 공조할 것을 약속했다. 급속히 확산하는 사이버공간에서의 새로운 질서와 규범을 마련하는데 미국과 중국 간에 글로벌 경쟁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간 ITU의 ICT 발전지수와 UN 전자정부 발전지수 조사에서 세계 1위를 연속적으로 차지할 정도로 글로벌 ICT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업자들의 치열한 경쟁 덕분에 세계 최고 수준의 LTE 전국망이 갖춰진 나라이기도 하다. 세계적 ICT 기업 대표가 우리나라를 자주 찾아와서 우리 정부와 기업인을 만나는 데에는 우리와 협력해 무선 초고속통신망 기반으로 다양한 혁신적 사업과 서비스를 시도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세계 ICT 관계자들은 한국을 주목하고 있고 한국의 선도적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역시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인정하고 한국을 자신들의 협력적 파트너로 끌어들이려 한다.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차관급 ICT정책협의회와 한중 정상회담에서의 `한중 정보통신 협력 장관급 전략대화` 정례화 합의는 G2가 한국 ICT의 전략적 가치를 인정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정치·경제·사회 전 방위로 급속히 확산하는 인터넷과 사이버공간에서의 질서를 확립하는데 한국은 미·중의 중간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는 10월 사이버스페이스 총회와 내년 10월 ITU전권회의가 우리나라에서 열리게 되면서 사이버공간의 다양한 이슈에 대한 의제 선정과 합의도출에서 주최국인 한국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사이버스페이스 총회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운 인터넷과 사이버공간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합의조정하자는 입장을 견지하고, ITU에서는 인터넷과 사이버공간에서 UN 등 정부 간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가 현재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자는 입장을 다수의 국가가 지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이버공간의 질서와 규범에 대해 상이한 입장을 가진 두 개의 ICT 국제행사를 주최하면서 진행자 역할을 넘어서는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 국경을 넘나드는 데이터 흐름, 사이버 보안, 프라이버시 보호 등에 대한 국가 및 국제기구의 규율에 관해 우리의 전략적 입장을 준비해야 한다. 미래 글로벌 질서에 직결되는 사안들이기 때문에 ICT만이 아니라 외교안보·형사사법·통상·문화 등에 관련된 미래창조과학부·외교부·법무부·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문화체육관광부 등 여러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우리의 입장을 고민해야 한다. ICT 글로벌 질서를 우리와 함께 주도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산술적 중간이 아닌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우리의 입장과 접근방법을 도출해야 한다.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 dong@kis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