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기간 회장 공백 장기화 우려… 삼성 `책임경영 시스템` 시험대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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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의 공백에 따른 삼성그룹의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됐다. 서초동 본사를 비롯한 각 사업장에서는 ‘분야별 책임경영’ 정착으로 단기간에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 회장 입원에도 삼성그룹 관련 주가가 상승하는 등 삼성의 체계적 조직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확고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삼성은 애플과의 소송전, 반도체 공장 백혈병 논란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회장의 부재 속에서도 안정적 경영을 이어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CE(생활가전)·DS(반도체)·IM(IT·모바일) 부문의 각자 대표들이 사업을 일구고 있다”며 “회장의 부재에도 책임경영이 실현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말했다. 나머지 계열사들도 ‘사업부장’ 등의 전문 경영인들이 책임경영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스템’을 ‘관리의 삼성’이 만든 결과라고 진단하고 있다. 27년 전 이병철 창업주 당시 37개 계열사에서 15만명이 연 14조원을 벌었던 삼성은 75개 계열사에서 42만명의 임직원이 연간 330조원의 매출을 내는 ‘글로벌 기업’이다. ‘이병철 회장 시대’와 달리, 이미 ‘이건희 회장의 삼성’은 개인의 리더십이 모든 것을 관장할 수 없는 규모기 때문이다.

비서실-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미래전략실로 이어지는 경영 컨트롤타워도 시스템을 뒷받침하고 있다. ‘관리의 삼성’이라는 세간의 인식에 맞게 기획·인사·재무·홍보 등 그룹의 일거수일투족을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각 팀장들이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이 회장은 평소에도 지난달 22일 서초동 집무실 출근 때를 비롯해 수시로 미래전략실 임원들을 소집해 경영 현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회장 직보체제’를 갖춘 미래전략실은 지난 11일 이 회장 입원 때부터 삼성서울병원 커뮤니케이션팀 대신 직접 언론 대응에 나설 만큼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13일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에 따르면 이날 저녁 이 회장은 저체온 치료를 마치고 진정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당분간 수면 상태를 유지하면서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진정 치료는 수면 상태를 유지하며 진정제 등을 투여하는 치료다. 이는 저체온 치료가 불러오는 기억 혼란, 기억 유실 등을 막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의식을 회복할 때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평소 이 회장이 굵직한 사업 현안들을 직접 챙겨왔다는 점에서 부재 장기화 우려에 따른 걱정도 나오고 있다.

한 삼성전자 직원은 “평소 때와 같이 근무하고 있다”면서도 “사업장 증설과 같은 대규모 투자에 대해 경영진 결단이 늦어지는 건 아닐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 회장이 특검 수사 결과에 따른 책임을 지고 물러나 있던 2009년 스마트폰 쇼크에 제때 대응하지 못해 그룹 전체가 위기에 흔들렸던 적이 있다. 삼성전자를 구했다고 평가받는 갤럭시S는 이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지 3개월 만에 출시됐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부문별 책임경영은 2008~2010년 경험에서 많은 노하우를 얻어 회장의 공백에도 체계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서도 “건설 부문에 대한 후계 정리, 미래전략실 운영 등 회장의 결단이 필요한 주요 사안은 당분간 지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