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퍼주기식 청년창업으로 얻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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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잉여인력, 삼포세대….’

직업도 없고, 마땅히 할 일도 없이 빈둥거리며 연애와 결혼, 출산까지 포기한 젊은이들이 스스로를 그린 슬픈 자화상이다. 하지만 더 이상 자신을 방치하지 않으려는 청년들도 많다. 나아가 우리 경제의 새 성장엔진이 되겠다며 아이디어와 재능으로 무장해 앞다퉈 창업 전선에 뛰어든 이들도 있다. 대기업 피고용인이 되려고 젊음을 낭비하며 하릴없이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고용주가 되겠다는 도전이다.

정부는 이들의 진취적 역발상을 지지한다. 각종 창업지원프로그램을 만들고 자금도 댄다. 그 정점에 있는 정책을 지난해 5월 관계부처가 내놓았다.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이다. 이 정책 발표 이후 우리나라는 한마디로 ‘창업천국’이 됐다. 중소기업청, 미래창조과학부, 문화체육관광부, 고용노동부 등이 유관 기관과 함께 이후 투입을 결정한 자금만 2조원에 육박한다. 금융사, 벤처캐피털, 엔젤투자자도 청년창업에 큰 관심을 보이며 자금을 지원할 새 기대주 찾기에 한창이다.

정작 현장에서는 우려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 정부 자금, 즉 세금을 청년 창업에 많이 풀지만 목표나 지향점이 불분명하고 회수할 방안도 마련하지 않았으며 부처 간 중복 투자도 많다는 비판이 나온다. 감사원도 정부 창업지원 사업이 몇몇 우량 기업에 편중됐으며 수요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일회적, 관행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을 지적했다.

청년 창업은 돈이 전부가 아니다. 대박이라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도전정신과 아이디어가 열매를 맺는 과정에서 얻는 경험이 더 중요하다. 창업을 통해 청년들이 우리 경제 일원이 되며 사회를 배우며 인생 지혜를 얻는 과정에 좀 더 무게를 둬야한다. 그래야 실패해도 성과가 남는다.

부모의 지나친 보살핌을 받은 아이가 스스로 자립하기 힘이 들듯이 청년창업이 퍼주기식을 남발해서는 곤란하다. 원칙을 세우고 경험을 공유해 올바른 사회구성원으로 자리 잡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청년 창업 정책이 과연 이를 견지했는지 한번 돌아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