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윌리엄 라더스키 메타텍 대표 "EMP방호 국가 차원 대책 시급"

[이사람]윌리엄 라더스키 메타텍 대표 "EMP방호 국가 차원 대책 시급"

“최근 전자기 펄스(EMP) 공격 위협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 번 공격이 시작되면 모든 전기·전자·통신 설비가 마비됩니다.”

윌리엄 라더스키 메타텍 대표는 EMP 방호분야 세계 최고의 권위자다. 국제전기기기위원회(IEC)에서도 해당 분야 의장을 맡고 있다.

라더스키 대표에 따르면 EMP 폭탄은 전기전자설비만 전문적으로 파괴하는 무기로 30㎞ 이상 상공에서 터지면 피해 범위가 반경 1000㎞에 이른다. 레이더와 항공기, 방공시스템은 물론이고 전력과 통신, 금융, 교통 등 전기신호가 들어가는 모든 설비가 작동 불능이 된다. EMP는 최근 북한에서 관련 내용을 언급하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정부에서도 최근 EMP 공격에 대비해 주요 시설에 방호 시설 설치를 늘리고 있지만 소규모 업체가 대부분이라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라더스키 대표는 “한국에서도 EMP 방호설비를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며 “EMP 방호를 위해서는 대상과 방법이 명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MP는 전자기파 형태로 설비에 직접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전선이나 통신선을 타고 유입돼 연결된 기기를 마비시킨다. 이는 원전이나 화력발전소, 변전소도 마찬가지다. 심지어는 송전선로를 타고 퍼지기 때문에 피해 범위가 넓다. 자칫 전국 단위 정전도 일어날 수 있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가 피해를 입으면 개인정보 손상은 물론이고 저장된 개인 금융자산이 휴지조각으로 바뀔 수 있다.

라더스키 대표는 “EMP는 태양 흑점 폭발과도 유사하다”며 “두꺼운 쇠로 둘러싸는 게 1차 방호”라고 설명했다. 설비에 전자기파가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을 막는 것이다. EMP 공격이 있을 때 가까운 거리에 있는 설비는 전자기파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다음은 도체인 전력선이나 통신선을 타고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 부도체인 광케이블로 바꾸거나 EMP를 걸러내는 필터로 가능하다. EMP가 필터를 거쳐 내부로 들어오게끔 공사하면 된다.

방호설비가 미흡한 것은 군부대도 마찬가지다. 군부대 기능이 상실될 수도 있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라더스키 대표는 “미군은 자체 발전기를 쓰지만 한국 군부대는 전력계통에서 공급받아 전기를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력안보 차원에서도 전력공급원을 계통에서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군부대는 물론이고 민간이 운영하는 전력회사에서도 대부분 EMP 방호설비를 갖췄다. AT&T를 비롯한 통신업체는 EMP 방호대책을 세워야 통신 기지국을 설치할 수 있다. EMP 위협 대상인 전력과 통신의 기능을 유지하는 게 안보 핵심으로 본 것이다. 이는 한국 정부에서도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라더스키 대표는 조언했다. 라더스키 대표는 “EMP 방호는 국가 정책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방호분야마다 롤모델을 정하고 시방서나 표준을 제정해 다른 분야에서도 벤치마킹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