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머릿 속 지도 찾은 노벨상 수상자 존 오키프 교수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미국이 뇌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해줘서 감사하다고 했더니 알츠하이머와 같은 뇌 질환 연구에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미래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고 답하더군요.”

존 오키프 2014년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영국왕립학회 펠로우)
존 오키프 2014년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영국왕립학회 펠로우)

‘머릿 속 지도’를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달 초 2014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존 오키프 런던대학 교수가 20일 한국을 찾았다. 오키프 교수의 방한은 기초과학연구원(IBS)과 영국왕립학회(Royal Society Research)가 공동으로 20일부터 21일까지 이틀간 서울대에서 개최하는 ‘IBS-영국왕립학회 리서치 콘퍼런스’ 발표차 이뤄졌다.

오키프 교수는 1971년 쥐 실험을 통해 뇌에서 위치정보처리시스템을 구성하는 이른바 ‘장소세포’의 존재를 처음 발견했다.

오키프 교수의 뇌 장소세포 연구는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메커니즘과 조기 진단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뇌가 어떻게 주변 공간의 지도를 만들고 복잡한 환경에서 길을 찾도록 하는가라는 ‘뇌의 신비’에서 출발한 그의 연구는 장소세포 발견을 시작으로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공간기억상실 메커니즘을 푸는 단초가 됐다는 평가다.

오키프 교수는 “처음부터 특정 질병을 고치기 위해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연구를 진행하면서 알츠하이머병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알츠하이머병 진행 과정을 보면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신경세포와 인지기능과 관련된 전두엽 피질의 신경세포 손상이 차례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오키프 교수는 신경세포 연구를 하면서 각각의 세포마다 활성화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그가 찾아낸 장소세포가 손상됐을 때 사람에게 기억상실증이 오는 것을 확인하고 이러한 증세는 나이가 어린 사람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더 잘 나타난다고 봤다. 그는 여기에 착안해 가족유전자적 알츠하이머병 유전자를 이식한 동물모델 생쥐로 연구를 진행해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오키프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은 발병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MCI) 환자를 조기 진단하는 게 중요한 데 이 동물모델을 이용해 이 단계의 사람을 일찍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키프 교수는 노벨상 수상을 위한 어떤 지원이 필요하느냐의 질문에 대해 “영국왕립협회는 수상을 목적으로 신진 과학자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그는 무엇보다 젊은 과학자의 창의성을 살려줄 수 있는 기초과학연구의 지속적 지원과 투자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고가의 최신 장비를 사용해야 하는 연구 환경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젊은 과학자의 창의성을 지키고 장려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