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민첩한 혁신(Agile Innovation)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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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산책]민첩한 혁신(Agile Innovation)의 시대

미국 조지메이슨대 타일러 코웬(Tyler Cowen) 교수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발견된 것들은 현재까지도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인터넷을 제외하면 1950년대와 커다란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1800년대 중반에서 1900년대 중반 사이 전기·전구, 자동차, 생활가전, 전화, TV 등 현재 생활을 영위하게 하는 대부분의 기술들이 발명됐고, 비행기와 철도, 선박 등은 세계 경제를 하나로 묶는데 기여했지만 여전히 가전제품은 가전제품이고 자동차는 자동차라는 주장이다. 물론 당시 개발된 시스템이 발전하며 인간 생활이 향상되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2~3세대 전과 비교하면 현재 혁신과 변화의 속도는 오히려 늦다는 요지다.

미국 항공전쟁센터 무기연구소(Naval Air Warfare Center, Weapons Division) 연구원이었던 조나단 휴브너(Jonathan Huebner)의 연구 내용도 비슷하다. 그는 세계 인구 10억명 당 혁신적 기술의 비율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1873년이며, 그 이후 현재까지 급속히 줄고 있다고 말한다. 거대한 기술의 원천인 국방 분야에서 세계대전 등을 거치고 기업이 수행하기엔 비용 부담이 큰 연구개발들을 수행하면서 그 결과를 민간에 이전해 현재 과학문명을 이끄는 엄청난 혁신을 가져왔지만, 인터넷을 제외하면 1900년대 중반과 비교해 인간의 생활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발명과 발견은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혁신이란 단어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등장한다. 혁신의 발생이 과거보다 더딜지 몰라도 코웬과 휴브너가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가장 최근의 혁신인 ‘인터넷’은 인류의 기술 발전 한계를 넘어 기존 기술간, 그리고 개발자와 수요자간 접근 거리와 시간을 파괴적으로 좁혔다. 하지만 그 만큼 국가와 기업 간 경쟁을 심화시켜 그들이 말하는 혁신의 절차와 과정이 변화한 듯하다.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펼쳐지고 있는 가장 빠른 오픈이노베이션 수단인 M&A는 구글을 넘어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등 중국 3대 IT기업이 주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에 따르면 공유경제 기업들은 ‘혁신의 S커브’ 경로를 따르고 있으며, 2025년에는 공유경제 시장 규모가 현재 150억달러 규모보다 22.3배나 성장한 335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는 등 비즈니스 모델을 중심으로 기존 시장의 파괴적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논란이 있지만 우버의 기업가치는 412억달러로 세계적 렌트카 업체 허츠의 124억달러, 현대자동차의 시가총액 37조2000억원을 넘어 세계 스타트업 기업가치 2위를 달리고 있다. 50조원의 기업가치로 세계 스타트업 기업가치 1위를 달리고 있는 샤오미가 주장하는 ‘창조적 모방’을 통한 혁신에도 관심이 높다. 저가공략이 성공의 주요 이유라는 말들이 많지만, 샤오미의 성공전략 중 하나는 안드로이드 기반 OS인 MIUI의 개발과 철저하게 사용자 편의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재 혁신이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기업들이 혁신을 달성하는 특징은 과거 우리가 생각하던 혁신보다 가볍지만 보다 빠르고 민첩한 경로를 통해 기존 시장을 파괴하고 그들의 혁신으로 새 시장을 선점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제 ‘민첩한 혁신’의 시대에 들어섰다.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파괴적으로 시장을 선점하지 않으면 뒤처지고 결국 잊히게 된다.

최근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 모두 혁신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약 19조원 규모의 연구개발 예산을 투자하는 정부도, GDP 대비 34% 규모인 459조원의 현금을 보유한 우리나라 기업들도 새로운 혁신성과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번쯤은 우리가 지향해야할 혁신의 보다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 무엇보다 국가 혁신시스템에 대해 터놓고 얘기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민첩한 혁신의 시대에 보다 민첩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전략기획실장 doowoncha@kistep.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