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자동화·지능화 속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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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사업단에서 공모한 사무원 1명 모집에 72명이 지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숫자도 숫자거니와 지원자의 어학능력이라든지 이전 경력이 놀라울 정도였다고 한다. 비록 국소적 예이긴 하지만 일반 사무직 경쟁률이 올라가고 있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의사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요즘 간호조무사 뽑기도 매우 어렵다고 한다. 특히 마음에 드는 간호조무사는 전생에 나라를 구해야만 겨우 모실 수 있는 정도로 귀하다고 한다.

조환규 부산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조환규 부산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일반 사무직을 지원하는 사람들의 취업경쟁이 격화된다는 것은 결국 컴퓨터와 같은 자동화기기에 의해 이전까지 그 중심에서 버티던 인간들이 변방으로 내밀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간호조무사를 구하기 어려운 것은 그 일을 기계로 대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직도 사람은 복잡다단한 일에선 기계를 훨씬 앞선다. 의료보조에서 사람이 기계를 앞선다는 것은 같은 비용에서 훨씬 많은 노동력을 뽑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비용으로 사람이 기계보다 우월한 분야는 요리나 문화, 창작, 교육 등과 같이 다양한 상황에 빠른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다.

그런데 이런 분야 역시 지능화 도구의 공격을 받고 있다. 1990년도 초 신문에서 소개한 미래 유망직종 중에 인터넷 검색사라는 직업이 있었다. 지금은 개그소재로나 쓰일 이 인터넷 검색사는 구글 페이지랭크 알고리즘으로 완전히 정리됐다. 사람이 가진 글 쓰는 능력마저도 컴퓨터의 공격을 받고 있다. 심층구조가 복잡하지 않은 스포츠, 증권시세분석 등에 관련된 기사는 이제 지능화된 작문 알고리즘이 그럴싸하게 만들어 내고 있다. 노련한 비서만이 할 수 있는 복잡한 항공권 예약도 이제는 몇 번의 클릭으로 간단히 해결된다. 특히 최근 보험이나 은행관련 업종에서 신규인력 채용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은 자동화, 스마트 기기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역이나 공항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무인발권기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는 결국 지금의 창구업무 대부분이 자동화될 것임을 암시한다.

인공지능, 컴퓨터, 빅데이터 등과 같은 신기술이 사람들에게서 일자리를 빼앗고 궁극적으로 실업을 심화시킬 것인지는 컴퓨터 이전시대인 1930년부터 학자들의 주요 관심사항이었다. 직장의 스마트화가 실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의 논쟁은 지금도 이어진다. 낙관적으로 보는 쪽에선 자동화로 인해 없어지는 일자리보다 새롭게 창출되는 것이 더 많아지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 반대 진영은 역사적 사실을 들어 궁극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인간의 일자리는 자동화로 인해 빼앗기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실업을 보는 관점, 관찰 시스템의 범위 등에 따라 다른 주장을 하지만 자동화가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점에선 양쪽 모두 동의한다.

위대한 미래학자였던 로버트 위너의 견해에 의하면 자동화란 결국 다른 개체의 노동에 의존하는 노예노동과 같기 때문에 기계와 경쟁하는 모든 노동자들은 정치경제적으로 노예와 같은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설사 일자리는 줄어들지 않는다고 해도 낮은 임금의 저급한 일자리는 급속히 늘어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5년간 가장 증가한 직업군은 저임금 청소노동자라고 한다. 청소마저 기계가 담당하게 된다면 이 직군의 노동자는 또 다른 업종으로 떠밀려갈 것이고 임금은 더 떨어지게 될 것이다. 기계와 인간이 상호보완적 관계로 공생하려면 각 노동자가 기계문명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능력을 재교육으로 공급받아야 한다. 요리사처럼 기계가 감히 범접하지 못하는 세상으로 가든지, 아니면 기계를 부리는 코딩기술을 익혀야만 미래에는 기계와 공존할 수 있다. 구체적인 기술이 아닌 인문학적 유연성, 융합적 창의성과 같이 모호한 능력만 믿었다간 앞서와 같은 72 대 1의 경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자동화의 절정은 3D프린터가 자신과 꼭 같은 프린터를 찍어내는 일이 될 것이다. 이런 종말적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우리 모두는 기계를 지배할 코딩능력을 미리 갖춰야 할 것이다.

조환규 부산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hgcho@pusa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