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국가 명품 기술인재 육성은 엔지니어링 강국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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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산책]국가 명품 기술인재 육성은 엔지니어링 강국의 희망이다

급변하는 과학기술 시대에 세계 모든 국가의 공통된 과제는 국민의 삶에 지속적인 행복을 담보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 행복한 미래를 위해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매진해 왔지만, 그 결과 인간 사회는 행복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과학기술 발전으로 인한 혜택 분배가 특정한 계층에게 집중된 나머지 빈부격차 심화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고 부의 분배와 성장 중 어느 하나를 포기할 수는 없다. 엔지니어링 산업의 육성은 성장에 관한 이야기다. 현재 세계 속의 한국 입지는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중간에 위치한 중진국이라 할 수 있다.

박근혜정부 모토인 ‘창조경제’도 중진국에서 선진국 진입을 위한 전략에서 출발했다고 해석된다. 정부 출범 초기에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산업선진화를 선진국 진입 핵심 동력으로 하는 마스터플랜 회의에 나도 참여한 바 있다. 세 가지 핵심 투자 분야 즉 엔지니어링, 디자인,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도출했다. 엔지니어링은 공정설계기술, 디자인은 제품설계기술, 그리고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는 소프트웨어 설계기술을 함의하고 있다. 세 가지 기술의 공통점은 디자인, 즉 설계기술이다. 넛크래커 혹은 샌드위치 위기상황에 놓인 한국으로서는 고부가가치기술 창출만으로 위기를 탈출, 선진국에 진입할 수밖에 없다는 전략이다. 그 중 엔지니어링은 가장 중점 투자항목이다.

현재 한국 엔지니어링 설계기술의 경쟁력 제고로 선진국 진입 가능성을 타진해 보면, 사정은 그리 녹록지 않다. 1970년대 선진국의 공장 기본설계에 기반을 둔 공장을 지어 40여년간 대량생산에 매진, 고속 압축성장에 치중해온 바, 공정운영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공정설계 기술 경쟁력은 너무나 부족한 상황이다. 국내 손꼽을 정도의 전문가밖에 없어 엔지니어링 고급 설계 인력 양성이 선진국 진입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핵심기술을 가르칠 전문가, 교육 전문기관, 전문교과과정이 턱없이 부족하며 이로 인해 기업의 내부 기술 인력구조도 중위가 얇은 피라미드 형태로 구성돼 있어 오랜 경험축적을 바탕으로 하는 공정설계 인력 양성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2012년 MB 정부 말기에 포스텍 엔지니어링 전문대학원 설립을 시작으로 2014년 엔지니어링연구개발센터(EDRC), 엔지니어링 특성화 대학원 등이 설립됐다. 내가 몸담고 있는 EDRC는 교육을 담당할 대학과 기술경쟁의 최전선에서 전쟁을 치르는 엔지니어링 관련 기업에 현재의 엔지니어링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모델로 탄생됐다. 기업에는 당면한 기술 애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대학에는 이론보다는 경험·체험·실습위주의 설계기술교육을 무료로 제공한다. 기업과 대학의 애로기술과제를 매칭함으로써 최전선에 있는 기업에 적시성 기술을, 대학에는 부족한 실무경험 기술 교육을 제공해 정부투자 최적의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난 1월 처음 무료실무교육 8개 과목을 개설해 대학과 기업에서 1000여명이 참석한 바 있다.

선진국 진입을 위한 엔지니어링 고급 인재양성 투자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이 있지만, 투자 규모나 방향성에서 개선의 여지가 보인다. 첫째는 투자의 집중화다. 약자는 뭉쳐야 생존할 수 있듯이, 일관된 방향성을 가지고 집중된 과감한 투자전략이 필요하다. 고급 설계 인력을 양성했다 해도 또 넘어야 할 산이 기다리고 있다.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세계기술시장에 진입해 기술 수주를 따오는 것이다. 이러한 최종목표 달성을 위한 투자 포트폴리오가 요구되는 중요한 시점에 놓여있는 것이 현재의 한국 상황이다. 고급 설계 인력양성 한 축과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원천기술, 실증, 트랙 레코드 실적 전략의 또 다른 축이 하나의 투자전략 우산 밑에서 주도면밀하게 기획돼야 한다.

국가 미래과학기술 투자가 정치논리에 좌우되지만 않는다면, 엔지니어링 투자를 바탕으로 한 선진국 진입은 대한민국의 우수한 DNA를 고려해 볼 때 머지않아 빛이 보일 것으로 확신한다.

조재현 서울대 엔지니어링연구센터(EDRC) 교수 jae.hyun.cho@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