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바캉스 악몽

[관망경]바캉스 악몽

바캉스(Vacance)는 휴가를 뜻하는 프랑스어다. 바캉스라는 단어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1960년대다. 먹고살기 힘든 시절이었기에 당시 바캉스를 떠나는 사람은 ‘사치 피서’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50년이 지난 지금, 바캉스를 떠나는 이를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 제대로 휴가를 못 내는 자신을 원망할 뿐이다.

지적 아닌 지적을 받는 이는 있다. 해외로 떠나는 사람이다. 내수 진작을 위해 휴가는 국내에서 보내야 한다는 이유가 따른다.

정부가 ‘국내에서 휴가 보내기’ 독려에 나섰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방한 관광객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보유 시설을 관광객에 제공하고 다양한 이벤트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각 부처 장관에게 “어려운 국내 지역으로 휴가를 떠나도록 권장해 지역 경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솔선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이 지난해 모습과 겹쳐 씁쓸하다. 작년 4월 세월호 참사 여파로 침체한 내수를 살리려 정부는 국내 여행을 권장했다. 최근 살아날 기미를 보였던 소비 심리는 메르스 여파로 다시 추락했다. 메르스로 인한 소비 위축은 세월호 참사 때보다 크고 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월호 참사 여파에도 지난해 우리나라는 경제성장률 3.3%를 기록했다. 올해도 추가경정예산 등에 힘입어 3.1%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정부 전망이다. 숫자를 확신할 수는 없어도 국민 역시 “이번 위기도 이겨낼 것”이라고 믿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다시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지금 상황이 반복된다면 비극이다. 정부가 과감한 정책으로 경기를 살리고 사고 대응 체계를 강화해 국민이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2년째 계속된 ‘바캉스 악몽’이 내년에는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