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시엔차(scienza)

르네상스 사고방식을 대변하는 ‘시엔차(scienza)’라는 단어가 있다. 이탈리아어다. 영어의 사이언스(science)와 같은 뜻이다.

시엔차는 ‘관찰하고, 생각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전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여기서 관찰은 여러 가지를 두루 살펴서 금방 하나의 생각으로 치닫지 않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관찰은 다양한 생각을 바탕으로 보편적인 답으로 이어지고 여기서 얻은 해답은 다시 다른 사람들이 보편타당한 가치로 전달해야 한다.

시엔차적 사고는 14~16세기 인류를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런 사고 기반은 현재 우리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사회는 시엔차의 첫째 단추인 ‘관찰’부터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청년실업 문제를 세대 간 ‘밥그릇 싸움’으로 몰아가고, 수출부진 등 기업 경영위기 원인은 노동문제로 이끌어가 개혁 대상으로 삼는다. 롯데그룹에서 시작된 재벌 지배구조 개편 논의도 마찬가지다.

물론 개선이나 개혁이 필요한 문제지만 이면에 숨어 있는 사회·경제·문화적 배경과 원인을 찾아내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은 등한시되는 것 같다.

관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이를 기반으로 한 사고와 전달이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과정을 무시한 채 결과만을 위해 치닫는 느낌이다.

금융감독원장은 대우조선 등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업종에 대한 은행권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냈다.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옥석 가리기는 합리적인 근거를 갖고 해야지 막연한 불안감으로 무분별하게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경영부실 원인과 책임소재를 떠나 적절한 메시지를 던졌다.

조선업종을 바라보는 은행권의 시각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있어 ‘시엔차적 사고’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단편적인 상황을 기반으로 하나의 생각으로 치닫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불러오게 된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