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 과학향기]건강검진기에 담긴 과학원리

‘내가 비만일까? 아닐까?’ 이 같은 궁금증이 생길 때 대부분은 ‘브로카 지표’라는 공식을 사용해 비만 여부를 계산한다. 브로카 지표는 바로 자신의 키(㎝)에서 100을 뺀 뒤 0.9를 곱해 표준체중을 구하는 공식이다. 예를 들면 키가 180㎝일 경우, 180에서 100을 뺀 80에 0.9를 곱했을 때 나오는 값인 72㎏이 표준체중이 된다.

[KISTI 과학향기]건강검진기에 담긴 과학원리

이처럼 공식으로 비만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은 자신의 몸무게와 키만 알면 되므로 간편해서 좋다. 하지만 정확성면에서 보면 문제가 있다. 이들 지표를 그대로 적용하면 보디빌더처럼 근육량이 많은 사람도 비만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몸속 지방량을 정확하면서도 손쉽게 측정할 수 있는 체성분분석기가 널리 사용된다. 인체를 구성하는 성분은 크게 체수분과 체지방, 단백질, 무기질의 네 가지로 구분된다. 맨발로 체성분분석기 위에 올라가 손잡이를 양손으로 1~2분 정도 잡고 있었을 뿐인데 어떻게 그 짧은 시간 안에 내 몸 속의 성분들을 분석할 수 있을까.

체성분분석기는 저항이 크면 전류가 적게 흐른다는 ‘옴의 법칙’과 관련 있다. 우리 몸은 70% 정도가 물로 이뤄져 있지만 지방에는 수분이 없어 전류가 흐르기 어렵다. 지방이 많다는 것은 저항이 크다는 의미다. 반면에 지방을 뺀 근육은 73%가 수분이어서 저항이 작다.

이런 원리로 체성분분석기는 우리 몸에 600마이크로암페어(μA) 정도의 약한 전류를 흘려서 발생하는 저항값으로 체지방 등을 분석해낸다.

체지방 외에도 체성분분석기는 흘려주는 전류 주파수를 다양하게 해 세포내 수분과 세포외 수분을 구분할 수 있다. 저주파 전류는 세포막을 잘 통과하지 못하지만 고주파 전류는 세포 속까지 흐른다. 이때 저주파와 고주파 전류가 흐르면서 나타나는 저항값 차이를 이용해 세포 안팎에 있는 수분량 비율을 구할 수 있다. 세포외 수분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져 전체의 40% 이상이면 부종으로 판단하는데 부종은 신부전이나 심부전, 간경변 등의 원인이 되는 증상이다.

체성분분석기 외에 우리가 자주 접하는 건강검진기 중 안압측정기나 폐활량측정기는 어떤 원리일까.

안압이 생기는 원인은 안구 안에 차있는 방수액이 잘 배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방수액은 원래 새로 생성되고 배출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데, 배출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안압이 올라간다. 안압측정기는 이 현상을 이용해 안압을 측정한다. 카메라로 눈을 촬영해 자동으로 각막 가운데 쪽으로 노즐을 맞춘 뒤, 압축공기를 순간적으로 분사한다. 이때 공기압력이 각막의 일정 면적을 눌러 안구를 평평하게 만들 때 걸리는 시간을 측정한 뒤, 계산식에 넣어 안압을 산출하는 것이 안압측정기 원리다. 방수액 순환 장애로 가득 차 있는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안압도 높다.

반면 폐활량 검사는 폐의 크기를 재는 것이다. 원래는 들이쉬는 숨의 양을 측정해야 하지만, 폐 속에 기기를 넣을 수 없기 때문에 반대로 내쉬는 숨의 양을 측정해 추정한다.

숨을 크게 들이쉰 뒤 7~8초까지 계속 내쉰 공기 양으로 측정하는 것이 기본적인 검사 방법이다. 정상 상태에서는 처음 1초 동안 전체 날숨의 70% 이상이 나오지만,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70%가 채 안 된다.

내 몸의 상태를 검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모르던 병을 알 수 있고, 또 병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원리가 가득한 건강검진으로 나와 가족의 건강한 삶을 지키자.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