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발상의 전환이 일군 불완전한 완전함: 신경망 모사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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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산책]발상의 전환이 일군 불완전한 완전함: 신경망 모사 반도체

우리는 현재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고도의 정보화 시대를 살고 있다. ICT의 토대 역할을 하는 디지털 기술은 스마트폰,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의 등장 그리고 최근 사물인터넷 보급 등으로 점점 우리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아침에 눈을 떠 잠자리에 들 때 까지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된 모바일 기기가 우리의 건강, 업무 등 모든 것을 점검하고 알려 주는 날이 도래할 것이다. 이러한 일을 가능케 하는 첨단 디지털 기술을 우리나라가 선도하고 있으니 대한민국의 길지 않은 기술개발 역사를 고려하면 실로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CDMA기술에서 잘 알 수 있듯이 디지털 기술개발에 채택한 ‘선택과 집중’ 방법론은 매우 효율적이었으며, 그 결과로 단시일 내 방대한 정보통신 기술개발에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선택과 집중’은 개발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으나 집중투자 위험성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선택에서 제외된 분야의 발전 잠재력이 큰 때가 그렇다. 현대 ICT의 큰 틀을 형성하고 있는 디지털 기술이 오랜 시간 동안 주류 기술이었다면 한편으로는 아직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다음 세대를 주도할 만한 가치가 있는 다양한 비주류 기술이 있다.

대표적인 비주류 기술인 신경망 모사 반도체는 포유류 두뇌활동을 모사한 정보처리 알고리즘을 이용해 시청각 정보 등 복잡한 다차원 정보를 간단한 형태의 추상적 정보로 변환한 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반도체다. 반도체 소자가 스스로 판단을 한다니 실로 놀라운 발상의 전환이 아닐 수 없다. 기존 2진법을 이용한 디지털 반도체는 결정론적 관점에서 주어진 연산을 많은 전력소모를 감내하면서 빠르게 수행함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늘 판단은 사람 몫이며 반도체 스스로 판단은 불가능하다. 반도체의 자가 판단능력은 미래 유망산업으로 손꼽히는 무인자동차, 로봇, 빅데이터 분류 등에 핵심기술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두뇌는 불완전한 완전함을 보이는 대표적인 기관으로 동작이 들쑥날쑥해 보이며 응답속도가 반도체 트랜지스터 1000만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신경세포 및 시냅스(신경세포 사이에 존재하는 국부적 정보저장장치)의 조합으로 이뤄져 있다. 설상가상으로 신경세포는 수명마저 길지 못해 사춘기 이후 상당량의 신경세포가 죽는다. 이런 불완전한 부품의 조합으로 구성된 전기화학적 정보처리 기관의 활동 결과가 현재까지 인류가 이룩한 엄청난 양의 지식, 기술발전이라니 그 완전함에 탄성이 나올 정도다.

신경망 모사 반도체 개발은 인간 두뇌의 불완전한 완전함을 차용한다. 신경세포 및 시냅스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미세전자소자를 제작하고 이들의 조합을 이용해 단위 신경망을 구성하며 이들 간의 연결을 통해 우리 두뇌의 입력정보 추상화 알고리즘을 모사한다. 흥미로운 점은 신경망을 구성하는 미세전자소자 작동이 빠를 필요도, 정확할 필요도 없다. 엄밀히 말하면 작동이 빨라서도 정확해서도 안 된다. 느린 작동속도는 작동 에너지 절감을 위해 필요하며 작동의 부정확성에서 기인하는 임의적 잡음 특성은 다양한 정보표식에 능동적으로 이용된다. 즉, 기존 둘 중 하나, ON&OFF, 0&1 등 디지털 기술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완전함을 추구하는 새로운 형태의 반도체 기술을 의미한다.

오랜 기간 신경모사 반도체 가능성에 주목한 미국과 유럽연합 국가들은 현재 시제품 제작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미국 퀄컴은 NPU(Neural Processing Unit)로 명명된 신경모사 반도체를 가까운 시일 내 스마트폰, 태블릿 등 모바일기기 적용을 목표로 양산계획을 밝히는 등 새로 등장할 시장 선점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ICT 기업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구축한 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비롯한 반도체 전반 노하우를 집중 활용해 신경모사 반도체 관련 연구에 박차를 가해야 할 적기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장준연 KIST 차세대반도체 연구소장 presto@kis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