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 포럼]넷플릭스가 국내 방송시장에 던지는 메시지

[리더스 포럼]넷플릭스가 국내 방송시장에 던지는 메시지

올해 초부터 무성했던 넷플릭스 국내 상륙설이 사실로 밝혀졌다. 지난 9일 그레고리 피터스 넷플릭스 글로벌사업총괄이 내년 초 한국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제 관심사는 넷플릭스 상륙이 국내 방송미디어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하는 점이다.

넷플릭스는 현재 50여개 국가에서 65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한 미국 최대의 동영상서비스사업자(OTT:Over The Top)로 세계 방송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자체 콘텐츠 제작과 전편 동시 공개 이어보기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미디어 시장 변화를 주도하고 있어 국내시장에 진출한다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국내 진출은 방송사업자들과 제휴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방송사업자도 넷플릭스가 보유한 새롭고 다양한 콘텐츠를 자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결합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 놓칠 수 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 넷플릭스는 또 국내 콘텐츠 업체나 삼성 또는 LG 같은 TV 제조업체와의 협력도 상당한 수준 논의를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콘텐츠 업체로서도 해외 진출을 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넷플릭스가 국내시장에서 성공할 것인지에는 다소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초고속인터넷망이 워낙 잘 발달돼 있고 이미 상당한 미국 드라마 팬들이 존재하며, 수준 높은 자체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100개 이상의 채널을 확보한 국내 유료방송 서비스 요금이 1만원 내외로 저가인 점을 고려하면 넷플릭스에 추가 비용을 지불할 시청자가 얼마나 있을 것인지 회의적인 반응도 존재한다. 이미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국내 방송시장에서 넷플릭스가 국내 시청자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그렇다면 넷플릭스 진출이 국내 방송산업에 미칠 영향과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넷플릭스 국내상륙 시 무엇보다도 국내 OTT서비스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더불어 관련 산업도 활성화될 것이다. OTT 업계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비상한 관심을 끄는 것은 CATV 등 기존방송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다. 미국에서처럼 국내에서도 유료방송 가입을 해지하는 ‘코드커팅’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또 넷플릭스와 제휴한 사업자가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어 기존 시장질서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킬 수도 있다. OTT서비스 시청자 증가로 지상파방송이 위축되는 현상도 보고되고 있어 그 대응도 주목된다.

넷플릭스 상륙이 국내 방송산업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OTT는 더는 막을 수 없는 세계적인 미디어산업 흐름이며 국내 방송산업도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적절한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인터넷이 이제는 확실한 미디어 매체로 자리 잡은 만큼 그 역할이나 지위를 인정하고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 미디어는 곧 올드 미디어로 전락하고 어느새 인터넷이 미디어 메인이 될 수 있다. 지상파가 왜 6.7%밖에 안 되는 직접 전파수신을 위해 천문학적인 송신설비를 투자해야만 하는지도 집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방송 비즈니스모델도 고정관념 틀을 과감하게 벗어 버리고 다양한 매체와 서비스 포맷을 스마트하게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콘텐츠 제작과 소비에도 근본적인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더는 기존 시장질서에 따라 기획 제작된 프로그램 방송만으로는 다양한 이용자 수요를 충족시켜 줄 수 없다. 빅데이터 분석 등 가입자나 시청자 이용형태 분석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콘텐츠 양보다는 합리적 근거에 따라 시청자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업이 산업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넷플릭스가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것은 수천만명에 이르는 가입자 이용형태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최적 콘텐츠를 추천하고 자체 콘텐츠 제작에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제 미디어 산업도 인터넷과 빅데이터가 지배하는 시대임을 인식해야 한다. 국내 방송업계의 지혜로운 대응을 촉구한다.

김창곤 한국디지털케이블 연구원장, 전 정보통신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