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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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디젤 배출가스 조작 파문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태세다. 천문학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12개에 달하는 광범위한 브랜드를 앞세워 자동차 시장을 쥐락펴락하던 폭스바겐은 말 그대로 풍전등화(風前燈火) 신세다.

폭스바겐은 모든 자동차 업체가 ‘퍼스트 무버’로 인정하고 두려워했던 존재다. 지난해 세계 어느 기업보다 많은 115억유로(약 14조1000억원) 연구개발 투자로 기술을 선도하는 이미지가 강했다. 폭스바겐그룹이 ‘자동차 제국’으로 불렸던 것은 차세대 기술에서도 후발주자를 압도하는 초격차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 기반을 둔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이제 긴 침체기를 각오해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의 벌금 및 배출가스 재검증, 리콜 등에 따른 피해 규모는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그렇다고 폭스바겐이 완전히 붕괴되지는 않을 것이다. 독일 정부가 자국 산업을 대표하는 ‘국민차’를 그대로 놔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관건은 무너진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는지다. 폭스바겐 조작에 따른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국내 소비자는 일주일 새 200명을 넘었다. 일부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미국 집단소송에도 합류할 계획이다. 소송 만능주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신뢰를 무너뜨린 폭스바겐의 원죄가 더 크다고 할 수밖에 없다. 전망이 밝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공자는 ‘사람이 신뢰가 없다면 멍에걸이가 없어 수레를 운행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일갈했다. 폭스바겐은 자신의 상품과 소비자를 이어주는 멍에걸이를 스스로 끊어버렸다. 수레와 소를 이어주는 멍에걸이를 잃어버려 움직이지 못하는 마차처럼 말이다. 이번 폭스바겐 파문은 자동차는 물론이고 모든 산업계에 경종을 울린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소비자 신뢰를 저버린 업체는 존립 기반을 위협받는다는 평범하지만 무서운 진리가 깔려 있다. 이것이 국내 자동차 업체는 물론이고 모든 기업에 폭스바겐 파문이 주는 교훈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